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인간 유전체에서는 확인됐으나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식물 설탕 운송 막단백질’의 유전자가 성장기 새치와 관련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셔터스톡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흰머리가 하나, 둘 늘어난다. 어떤 사람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젊은 시기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며 일부 사람들은 성장 과정 중에도 흰머리가 확인된다. 일명 ‘성장기 새치’의 원인과 관련 유전자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인간 유전체에서 확인은 했지만,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식물 설탕 운송 막단백질’ 유전자가 성장기 새치와 관련된 것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빈범호 아주대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됐다.

연구진은 식물에 널리 존재하는 설탕 운송 막단백질의 정보가 담긴 ‘Slc45a4′ 유전자에 주목했다. 해당 유전자가 결핍된 마우스는 성장기에 들어서면 갑작스럽게 새치가 늘어났다. 이후 성장기가 끝나면 본래 색깔의 털들로 대체됐다.

연구진은 Slc45a4 유전자가 결핍되면 배아 발달 과정 중 신경 능선(Neural Crest)에서 멜라닌모세포가 적절히 분열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멜라닌모세포는 조직에 존재하는 흑색 또는 갈색 색소인 ‘멜라닌’을 생성하는 세포의 전 단계다. 그 결과 성장기에 필요한 멜라닌 형성세포의 숫자가 부족해져 일시적으로 새치가 나타난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아직 이 현상에 대한 명확한 메커니즘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Slc45a4 유전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은 과당을 운반하는데, 과당이 부족해지면서 신경능선에서 일어나는 신경 유래 세포의 분열이 더뎌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원병묵 교수는 “현재 뇌에 존재하는 두 개의 Slc45a 계열 유전자들을 제거한 실험용 쥐가 제작됐고, 행동학적 이상 징후가 보여 뇌에서 포도당 이외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과당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함께 연구할 곳을 찾고 있으며, 향후 이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피부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인베스티게이티브 더마톨로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3월호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2024), DOI: https://doi.org/10.1016/j.jid.2023.08.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