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연구자들이 주도하는 협의체가 조만간 구성된다. 정부의 연구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사업 추진 방향과 성과 목표를 조율해 자율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고, 연구 성과 강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19일 과학기술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유망 플랫폼(기반 기술) 4종인 이온트랩·광자·고체점결함·반도체양자점 분야 연구자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만들어진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양자컴퓨터 4대 유망 플랫폼은 국내 연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서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정보 공유가 잘 되고 있다”며 “협의체를 통해 개별 사업들을 전체적으로 이끌고 가는 체제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 플랫폼은 연산 단위인 큐비트를 만드는 방식에 따라 구분한다. 초전도 방식은 영하 273도 수준의 아주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연산 속도가 빠르고 구현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 IBM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집중 투자하면서 가장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반면 초전도를 제외한 플랫폼인 이온트랩·광자·고체점결함·반도체양자점은 아직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협의체 구성은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달 23일 시작한 ‘2024년도 양자기술연구개발선도(양자컴퓨팅) 사업 신규과제’ 공모를 통해 구체화됐다. 이 사업은 상용화 시점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하는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를 제외한 4종의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 시작됐다. 플랫폼 4종에 대해 각각의 연구단장을 선임하고, 이들이 협의체장을 맡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사업에서도 연구단장 제도가 있으나 본인 소관 과제를 중심으로 이끌어나가던 방식에 머물렀다”며 “이번에는 유관 사업에서 진행하는 플랫폼 연구와의 조율을 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의체에는 양자기술연구개발선도사업 이외의 연구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들도 함께 참여한다. 단순히 한 사업의 방향성을 의논하는 장이 아닌 국내 양자컴퓨터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이번 협의체 구성의 골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따로 추진하다 보니 과제의 목표나 방향이 중복되거나 서로 조율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다른 사업이나 과제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 협의체 구성이 연구자들의 연구 자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가 연구의 방향성과 목표를 정한 후 연구자들이 사업을 수행하는 ‘탑다운’ 방식의 사업에서 연구자들이 사업 기획에 적극 참여하는 ‘바텀업’ 방식을 적용하는 시도라는 시각이다.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한 대학 교수는 “그동안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번 협의체 구성이 그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