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솔라포럼 2023에서 발표하는 마이클 그라첼 스위스 로잔공대(EPFL) 교수./성균솔라포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효율과 안정성 모두 좋아지고 있다. 다만 실리콘 태양전지의 안정성을 넘기 위해선 개선해야 할 것들도 아직 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1회 성균솔라포럼에서 만난 마이클 그라첼 스위스 로잔공대(EPFL)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해 안정성을 높이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여정에서 중요한 마일스톤이 멀지 않은 셈이다.

그라첼 교수는 2012년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와 협업해 세계 최초로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만 1800편이 넘고, 세계에서 많이 인용되는 화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교수와 함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의 선구자로 불린다. 박 교수가 열고 있는 성균솔라포럼에는 첫 회부터 매년 참가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라첼 교수는 이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성능을 높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판에 직접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을 만들어 결정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 그 결과 효율은 최대 26%까지 높였고, 1000시간 이후에도 효율이 95%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안정성도 개선했다. 다만 그라첼 교수는 안정성을 높인 것과 별개로 상용화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라첼 교수는 “실리콘 전지는 20~25년이 지나도 안정성이 20% 정도만 떨어진다”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수분이나 열에 취약해 장기간 안정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을 거쳐 충분한 안정성을 구현하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는 2026년쯤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한화솔루션 등의 태양전지 기업이 예상하는 시점과 같다. 그라첼 교수는 “현재 중국과 유럽에서는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페로브스카이트는 실리콘보다 구조와 조성이 다양하고, 이온 전도성 등 특성도 복잡해 상용화 전에 연구와 검증이 충분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라첼 교수는 2년 전 튀르키예 아다나 지역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생산을 위한 라인을 구축해 시험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지중해성 기후대로 일조 시간이 길고 일조량도 많아 태양광 발전을 시험하기 적합하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이 대면적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그라첼 교수가 속한 로잔공대는 기술을 지원해 생산 방식을 최적화하고 있다. 그라첼 교수는 “현재 가로세로 10cm 크기의 패널을 만들고 있고, 목표는 가로세로 30cm 크기”라며 “기술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작은 패널부터 만들어 수익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