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는 모습. 국내 연구진이 최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찾았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물리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탁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가 국내 연구기관 4곳에서 LK-99를 제조한 결과 초전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31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4차 브리핑 자료를 통해 “퀀텀에너지사가 공개한 LK-99 제조 방법을 채택한 경우와 별도의 공정으로 단결정을 제작한 경우 등 4곳의 연구기관이 재현실험을 했다”면서 “초전도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은 상압·상온 초전도체 물질인 ‘LK-99′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LK-99는 1기압에서 127도까지 초전도성을 갖는 납 기반 물질이다.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에너지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해외 연구기관은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재현 실험에 참여한 곳은 한양대 고압연구소,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 부산대 양자물질연구실, 포항공대 물리학과 연구팀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포항공대 물리학과 연구팀은 LK-99 논문의 제조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별도의 공정으로 단결정을 제작했다.

한양대 고압연구소는 LK-99 논문의 제조 방법을 적용해 재현 시료를 제작했다. 검증위는 “한양대에서 제작한 시료는 LK-99와 조성 및 특성이 유사하다”면서 “저항의 급격한 변이가 있지만, 저항률은 도체라기보다는 부도체에 가깝고 자화율 또한 초전도체가 보이는 특성과 다르다”고 했다.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도 LK-99 논문에서 제시한 방법을 적용했으나 재현 시료는 LK-99와 다른 결정 구조를 가졌다. 검증위는 “저항률은 온도가 내려가면서 5~10배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자화율 측정 결과는 전반적으로 약한 반자성 특성만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부산대 양자물질연구실도 LK-99 논문의 제조 방법에 따라 제조했는데, 합성된 전구체 조성 비율을 달리해 두 종류의 재현 시료를 합성했다. 검증위는 “첫 번째 합성된 시료의 전기저항 측정 결과, 저온에서 저항이 증가하는 반도체 성질을 보였으며 영하 123~93도 사이에서 저항 변화가 관측됐지만 초전도성에 의한 전기저항 감소는 아니다”라며 “두 번째 합성시료에 대해서 추가적인 측정 및 분석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을 기반으로 직접 Lk-99를 제조하며 초전도성을 검증하고 있다. 검증위원회는 지난 18일 중간 발표를 통해 “현재까지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측정 결과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