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더 높아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이 연구개발 중이다.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제공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단점인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들어있는 납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상용화에 필수적으로 적용될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5일(한국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들어간 납 성분 유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4단계의 제조 공정을 논문에서 제안했다고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제조가 쉽고 제조 원가가 낮아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유망주로 평가된다. 하지만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들어가는 납 성분이 외부로 유출되면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많아지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시설이 함께 늘어나 환경 오염 우려는 더욱 커진다.

페로브스카이트는 ABX3라는 화학식을 갖는 광물 구조를 가진다. A와 B는 양이온이고 X는 음이온이다. 두 종류의 양이온 하나씩과 음이온 세개가 결합한 것이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인 셈이다. A, B, X를 각각 어떤 원소로 구성해야 빛을 잘 흡수하고 전기가 잘 통하는지 찾는 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의 관건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보다 에너지 생산 효율이 더 좋은 차세대 제품이다. 같은 면적만큼 태양전지를 깔았을 때 실리콘보다 페로브스카이트 쪽이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 한화큐셀을 비롯한 전 세계 태양전지 기업들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들려면 납을 반드시 써야 하는데 이 점이 상용화에 있어 걸림돌이었다. 각종 자연재해로 태양전지가 파괴될 경우 납이 주변 땅과 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 연구팀은 납 성분 유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4단계의 제조 공정을 논문에서 제안했다. 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는 1㎏당 15마이크로그램(㎍) 수준의 납이 들어가는데, 이는 여러 선진국들의 식수 수질 기준과 비슷해 크게 걱정할 요인은 아니다”라며 “다만 납 유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를 원천 봉쇄하는 게 과학자 역할이라 생각해 이번 논문을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 먹는 물에 대한 납 노출 기준을 1㎏당 10㎍, 미국은 15㎍으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안한 페로브스카이트 제조공정 4단계. 왼쪽부터 보호막 처리, 첨가물 이용, 계면 폭 축소, 납 흡착제 처리다. 4단계의 공정을 거치면 페로브스카이트의 납 성분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어진다. /네이처

박 교수 연구팀이 고안한 제조공정의 첫 단계는 페로브스카이트 알갱이 하나하나에 보호막을 씌워 물과 같은 외부 환경과 접촉해도 납이 녹아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페로브스카이트 제조 시 특수한 첨가물을 집어넣어 페로브스카이트 알갱이 자체의 내구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태양전지에 손상이 갈 수 있는 환경을 페로브스카이트가 더 잘 버틸 수 있다.

세 번째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여러 층 사이 틈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태양전지는 태양열을 흡수하는 층, 열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층을 비롯해 여러 얇은 층이 겹겹이 붙어있는 구조다. 이때 층과 층 사이 계면이 넓으면 그 사이로 수분이나 미세 물질이 들어와 태양전지를 손상시켜 납이 빠져나올 수 있다. 이런 일이 없도록 계면 폭을 최대한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바깥면에 납 흡착제를 바르는 공정이다. 납 흡착제를 바르면 태양전지가 부서지면서 생긴 단면으로 빠져나가려는 납이 흡착제에 붙잡혀 외부 환경에 녹아들지 않는다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원래 이 네 가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드는 과정에 쓰이는 여러 방법들 중 일부였다. 박 교수 연구팀이 납 유출 원천 차단을 위해 네 가지 제조방식을 이어 하나의 공정으로 만드는 방법을 처음으로 고안해낸 것이다.

박 교수는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원자력뿐만 아니라 태양발전의 힘 또한 반드시 빌려야 한다”며 “2050년까지 20~30테라와트(TW) 분량의 태양전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가 하루빨리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Perspectiv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9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