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무부 산림청 연구진이 지난 3일 15년 동안 미국 남동부 숲에서 벌과 나비의 개체 수가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pixabay

전국에서 꿀벌 실종이 잇따라 보고 되는 가운데 비교적 자연 환경이 잘 보전된 미국 남동부 숲에서 15년간 벌과 나비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살충제가 사용되지 않고 과도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대규모 곤충 실종 사태가 확인되면서 관련 대책을 다시 수립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6일(현지 시각) “미국 농무부 산림청 연구진이 15년 동안 미국 남동부 숲에서 벌과 나비의 개체 수가 각각 62.5%와 57.6%가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3일 공개됐다.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조지아주 북부의 오코니 국유림의 삼림 지대 세 곳에서 곤충을 조사했다. 이곳은 비교적 인간 활동이 적고 외부에서 유입된 ‘침입 식물’도 없어 생태계가 고스란히 유지됐다.

관찰 결과 15년 동안 벌의 개체 수는 62.5%, 나비의 개체 수는 57.6% 감소했다. 특히 속이 빈 식물의 줄기나 나무껍질 아래, 썩은 나무 안 등에 집을 짓는 ‘작은 목수벌(광채꽃벌)’과 잎을 오려 집을 짓는 ‘가위벌’의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벌의 종류는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숲 한가운데서 벌과 나비가 사라지는 원인을 ‘기후 변화’로 지목했다. 지구 온난화로 숲 일대의 연평균 최저 기온이 증가한 것이 곤충의 생존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기온 변화가 적은 땅속에 서식하는 벌은 개체 수가 81.1% 줄은 반면 작은 목수벌, 가위벌처럼 땅 위에 사는 벌의 개체 수는 85.3%로 감소 폭이 4%p 이상 큰 것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설명했다.

또 나무 속에 집을 짓는 침입성 개미 등과의 경쟁에서 벌이 지면서 개체 수가 감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곤충 개체수가 줄어드는 현상은 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독일 통합생물학센터 연구진은 2020년 사이언스에 “최근 30년 동안 육지에 서식하는 곤충의 개체 수가 4분의 1 넘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벌과 나비를 비롯한 곤충 감소의 원인으로 서식지 파괴나 살충제 사용 등 인간의 활동을 꼽아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인간의 직접적인 영향이 덜한 곳에서도 곤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연구진은 “벌과 나비는 수분 매개자로써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수분 매개자의 급격한 감소가 인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에도 나타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 DOI: https://doi.org/10.1016/j.cub.2023.0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