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액시온 검출의 정밀도를 높인 실험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장치로 액시온이 존재하지 않는 범위를 새롭게 찾아냈다. /IBS

국내 연구진이 암흑물질 후보로 거론되는 액시온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정밀한 실험 설비를 개발했다.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달 16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액시온의 검출률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액시온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찾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표준모형은 우주를 이루는 17개의 기본입자와 중력을 제외한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 상호작용 등 세 가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실험적으로도 이미 검증을 마쳤지만,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에서 5%에 불과하다. 우주의 26.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은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다.

표준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표준모형을 확장한 대통일 이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했다. 대통일 이론은 표준모형에 강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해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에서 가장 큰 에너지로 입자를 가속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도 대통일이론을 검증하기에는 부족하다.

IBS 연구진은 액시온이 강한 자기장과 만나 빛으로 변하는 특성을 활용해 검출 장치를 개발했다.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검출할 수 없는 액시온이 자기장을 만나 빛으로 변할 때 빛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높은 실험 정밀도가 필요해 지금까지는 미국 워싱턴대가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IBS 연구진은 액시온의 검출 확률은 자기장이 강할수록 높아지는 만큼 지구자기장의 30만배 수준인 12T(테슬라)의 자석을 사용했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8T 자석을 사용했다. 또 신호 검출을 방해하는 배경 잡음을 줄이기 위해 절대온도 0도(영하 -273℃)의 환경과 양자 기술을 접목했다.

교신저자인 고병록 연구위원은 “이와 더불어 공진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100%를 읽어낼 수 있는 처리 시스템을 개발해 탐색 속도를 크게 높였다”며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감도를 유지하고, 다른 장치로는 60일이 걸릴 분석을 15일만에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BS 연구진은 이렇게 개발한 장비로 액시온을 탐색해 1.1㎓(기가헤르츠) 주변 주파수 대역에서는 액시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워싱턴대에 이은 세계 두 번째의 ‘대통일 이론’ 기반 액시온 암흑물질 탐색 실험이다.

고 연구위원은 “액시온이 발견되고, 이것이 암흑물질로 밝혀진다면 인류는 5%를 넘어 32%의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도전적인 우리의 연구가 장차 궁극의 물리 이론인 ‘모든 것의 이론’으로 향하는 디딤돌의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IBS

참고자료

Physical Review Letters, DOI :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30.07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