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서울 중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중회의실에서 오태석 1차관 주관으로 첨단바이오 육성 전략 간담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디지털바이오를 기반으로 바이오 기술과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산·학·연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육성 전략을 의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일 서울 중구에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지원단 중회의실에서 ‘첨단바이오 육성을 위한 차세대 연구자 간담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디지털바이오 육성 방안을 의논했다.

디지털바이오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같은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바이오 기술·산업 분야를 만들고, 디지털 바이오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AI를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설계해 신약을 개발하거나, 실제 실험실 대신 디지털 공간에서 바이오 기술을 개발하는 디지털 트윈이 디지털바이오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날 간담회에는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신용욱 CJ제일제당 BIO기술연구소 상무,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부장 등 산·학·연 전문가 6명이 참가해 디지털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의논했다.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 과학기술을 강조하며 인공지능(AI), 양자 연구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는데, 다음은 바이오 차례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이 잘하는 생산기술, 반도체 기술 등과 결합하면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술 선진국의 뒤를 빠르게 따라가는 전략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적인 연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AI 기술이 바이오의 핵심 기술로 떠올랐지만, 아직 항체를 설계해주는 AI는 없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아직 연구를 하고 있지 않고, 신약이나 백신 개발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인 만큼, 선도적인 투자로 앞서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디지털바이오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국내 바이오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총 5만3000명, 매년 3500명의 박사 학위자가 나오고 있지만, 디지털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는 사례는 1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신용욱 CJ제일제당 BIO기술연구소 상무는 “바이오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산업계는 빠르게 바뀌는 만큼 디지털바이오를 통한 ‘빠른 바이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또 “그러나 디지털바이오 전문인력이 없어 업무를 위해서는 1년 이상 교육과 실무 경험이 필요한 상황이라 산업계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디지털바이오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2035년까지 바이오 기술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국내 바이오 기술 수준은 미국의 78%, 국내 바이오 산업의 국제 점유율은 2%에 그치고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수년 동안 바이오 기술은 다른 분야보다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에 비해서 성과는 작은 편이었다”며 “디지털바이오를 기반으로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을 선정하고, 집중 지원해 국민들이 납득할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이날 간담회를 확대·발전시켜 ‘디지털 바이오 혁신포럼’을 만들어 연구계,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 발굴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올해 1분기 내로 확정하고, 올해 안으로 ‘합성생물학 육성법’을 만들고 ‘3세대 치료제 지원을 위한 뇌연구 촉진법’을 개정하는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