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양자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 /IBM

양자컴퓨터가 정보통신 분야의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양자 암호와 포스트 양자 암호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 포스트 양자 암호 관련 특허출원이 10년간 4배 이상 늘었다.

양자 암호는 현재 암호체계와 같은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지 않고, 양자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물리적 양자 상태를 이용하는 암호 방식이다. 포스트 양자 암호는 나아가 양자컴퓨터로도 풀 수 없도록 수학 문제의 복잡도를 대폭 높은 형태의 암호 알고리즘을 뜻한다.

특허청은 한국의 포스트 양자 암호 관련 특허출원이 2020년 기준 219건으로, 10년 전인 2011년(52건)보다 4.2배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연평균 17.3% 증가한 수준이다.

양자 암호를 중심으로 한 보안 시장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청은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포스트 양자 암호 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2026년 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체 보안 시장 규모인 247조원의 1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포스트 양자 암호 관련 전체 특허출원의 31.6%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일본(16.2%)과 중국(13.2%)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0.2%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최근 일본의 특허출원 건수는 다소 감소했고, 중국과 한국은 출원 증가세가 높은 추세다.

포스트 양자 암호는 수학 문제의 종류에 따라 격자·해시·다변수·코드·타원곡선 5가지 정도로 나뉜다. 종류별로는 격자 기반 암호 방식이 32%로 가장 많이 출원됐다. 한국은 10년간 격자 기반 출원이 69건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90건과 76건으로, 한국보다 출원 건수가 많았다.

포스트 양자 암호 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는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출원인으로는 네덜란드 필립스(73건)가 가장 많이 출원했고, 소니(72건)·인텔(63건)·IBM(43건)·후지쓰(35건)가 뒤를 이었다.

다만 한국은 연구개발이 정부 주도로 이뤄져 대학과 연구소의 출원 비율이 높았다. 국내 출원인은 크립토랩(25건)·삼성(14건)·서울대(7건)·고려대(7건) 순으로 나타났다.

박재일 특허청 인공지능빅데이터심사과장은 “암호 기술은 뛰어난 아이디어로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라며 “양자컴퓨터로 차세대 암호 기술 시장이 열리는 만큼, 핵심기술을 확보해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비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