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왼쪽)와 문종민 연구원(오른쪽).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말을 잘 하고 뛰어난 성적의 면접자 다음 순서로 면접에 들어가면 정말 불리할까. 얼핏보면 인상에 따른 비합리적인 결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뇌의 인지 처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권오상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문종민 연구원이 ‘직전 평가가 현재 대상에 대한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면접 순서가 평가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것이 뇌의 인지 처리에 따른 합리적인 작용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쇼핑이나 면접 등 일상에서 순서대로 무언가를 평가할 때, 먼저 본 것을 기준으로 다음 것을 평가하는 게 단순한 인상 평가가 아니라 뇌의 합리적인 인지 작용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면접에서 면접관이 우수한 면접자를 본 다음으로 마주한 상대를 더 나쁘게 보거나,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동시에 인식하는 상반된 인지편향에 주목했다. 이는 폭염주의보가 있던 다음 날 여전히 날씨가 더울 것이라고 판단하는 반면, 조금만 온도가 낮아도 상대적으로 선선한 편이라고 느끼는 현상과도 유사하다. 새로운 대상에 대해 직전과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극대화된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뇌 인지 처리로 인한 결과라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들을 보고, 그 방향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직전에 수행한 결과에 영향을 받아 편향된 응답을 내놨다. 직전 점들이 움직인 방향(실제 객관적 자극)과 먼 쪽을, 직전 응답한 방향(주관적 판단)과 가까운 쪽을 동시에 보고한 것이다.

권오상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제시한 뇌 인지 처리 순서효과 수학적 모델.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이러한 현상은 뇌 인지 처리 과정이 ‘표상’과 ‘해석’ 두 과정으로 나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표상은 대상의 정보를 뇌로 입력(encoding)하는 과정이고, 해석은 입력된 정보를 풀어(decoding)내는 과정이다. 인지 과정에서 표상과 해석은 분리돼, 각각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반된 인지편향을 보인다.

연구팀이 제시한 수학적 모델에 따르면, 뇌가 대상을 입력할 때는 직전 상태에서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도록 제한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이후 대상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직전 대상을 통해 얻은 표상과 현재 상태의 표상을 통합해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추론을 도출한다.

권오상 교수는 “바로 전 대상에 따라 현재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내린 결과”라며 “이번 연구는 편향된 평가가 역설적으로 합리성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뇌 인지 처리 ‘순서 효과’를 규명한 이번 연구가 사회문제의 해결책의 단초를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비엠씨 바이올로지(BMC Biology)’에 게재됐다.

참고자료

BMC Biolgoy, DOI: https://doi.org/10.1186/s12915-022-014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