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이 연구원을 뽑을 때 인적 사항과 학력 등 개인 신상정보를 가린 채 뽑는 블라인드 채용이 내년부터 폐지된다. 정부는 2017년부터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원칙에 따라 연구기관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연구기관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고 심지어는 가급 국가 보안기관에 해당하던 연구소에 외국 국적을 가진 연구자가 합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라인드 채용 폐지에 따른 새로운 인재 채용 기준과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연말 최종 협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이 폐지된 새로운 선발 방식과 채용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채용 과정의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지역, 학력 등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투명성이 올라갔다는 평가도 있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채용 지원자의 학력, 지도교수, 논문, 참여 과제 등이 전문성을 판단한 핵심 요인인데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2일 과기연구회 산하 출연연 25곳에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18개 기관이 개선을 요구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은 답변서에서 “블라인드 채용으로는 지원자 전공 적합성, 전문성, 연구역량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과기연구회 측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에 블라인드 채용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블라인드 채용을 폐지할 뜻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1차 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우수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았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연구기관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서 과학기술 출연연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에도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폐지에 따른 새로운 채용기준을 제시하고 연구회가 구체적인 세부 사안을 마련해 현재 채용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블라인드 채용이 폐지된 새로운 채용 기준과 절차는 이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연구회는 이달 15일부터 27일까지 산하 25개 과학기술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채용 정보를 안내하는 온오프라인 공동채용 설명회를 계최할 예정이다. 권역별 ‘찾아가는 채용정보상담’은 1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시작으로, 17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22일 연세대, 24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열린다.
‘온라인 실시간 설명회’는 16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18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2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채용설명회가 잇따라 열린다. 공동채용설명회 홈페이지(jobfair-gri.kr)를 통해 사전등록 후 참가할 수 있으며, 접수된 채용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과 실시간 상담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