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공개한 자폐 생쥐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그림. 자폐가 발병한 생쥐를 대상으로 생후 3개월간 집중 치료를 진행했을 경우 생쥐가 다 자란 뒤 자폐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유년기에 자폐를 조기 진단할 경우,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평생에 걸쳐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21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연구진은 자폐 조기 진단과 유년기 자폐 치료에 관한 논문 2편을 발표했다.

자폐증(자폐 스펙트럼 장애)은 뇌 발달 장애의 한 종류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언어·비언어 의사소통 장애, 무의미한 반복 행동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2%에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마땅한 치료법도 없는 상태다.

먼저 김 단장 연구진은 자폐에 걸린 생쥐가 성장하면서 증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지금까지 ‘MYT1L’ 단백질이 없으면 지폐가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했다. 생쥐는 다른 생쥐와의 사회적 교류를 잘 하지 않고, 우리 안에서 뜀박질을 반복하는 자폐 증상을 보였다.

뇌 변화는 유년기에 나타났다. 흥분성 시냅스 수가 줄어들었다. 시냅스는 서로 다른 신경 세포를 연결해주는 경로다. 한 신경 세포에서 흥분이 발생하면 시냅스를 거쳐 다른 신경 세포로 넘어간다.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나뉘는데, 둘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폐와 같은 뇌 질환이 발생한다.

생쥐의 자폐 증상은 청소년기에 일시적으로 완화됐다가 성체가 되면서 다시 강하게 나타났다. 이때는 억제성 시냅스 수가 늘어났다. 연구진은 “유년기에는 흥분성 시냅스 수가 줄면서, 성체 시기에는 억제성 시냅스가 늘면서 둘의 균형이 깨진 결과 자폐 증상이 나타났다”라며 “유년기와 성체 시기에 자폐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각각 달랐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온라인 판에 실렸다.

연구진은 자폐 모델 생쥐를 대상으로 조기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또 다른 자폐 연관 물질인 ‘ARID1B 단백질’이 결여된 생쥐를 활용했다. 이 생쥐는 사회성 저하, 반복 행동 같은 자폐 증상을 보였다. 유전자 분석 결과 유년기에 흥분성 시냅스 수가 정상 생쥐에 비해 줄어있었다. 청소년기와 성체 시기에는 흥분성 시냅스 기능이 감소하는 걸 확인했다.

연구진은 자폐 생쥐는 유년기부터 뇌가 변하면서 발병한다는 점을 근거로, 쥐에게 흥분성 시냅스를 활성화시키는 약물 ‘플루옥세틴’을 생후 3주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생쥐는 성체가 된 이후에도 정상 생쥐와 유사한 수준의 사회성, 반복 행동을 보였다. 시냅스 개수와 같은 수치들도 정상화됐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연구를 주도한 김은준 단장은 “이번 연구들로 성장 과정에 따른 자폐 발생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유년기 집중 치료 시 추가적인 약물 투여 없이도 평생 자폐 증상이 완화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다른 유전자에 의해 유발되는 자폐 증상 역시 유년기 진단과 약물 치료로 완화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