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국제사회가 2016년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훌쩍 넘어선다는 뜻이다. 전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으로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이 꼽혔다. 사진 국립대구과학관에서 기후위기를 보여주는 전시물./연합뉴스

205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국제사회가 2016년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18세기(1700년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훌쩍 넘어선다는 뜻이다. 전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으로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이 꼽혔다.

‘석유 공룡’이라 불리는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은 28일(현지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글로벌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진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현재 80억 명보다 약 25%(약 20억 명) 늘어나 100억명에 이르며 경제적 수준이 지금보다 향상해 화석 연료를 비롯한 모든 유형의 에너지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50년까지 85% 정도 오르며, 특히 아시아에서 제조와 상업적 운송, 기타 산업 활동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난 20년간 1인당 GDP가 약 2000달러에서 1만1000만 이상으로 늘어나며 생활수준이 향상됐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거의 3배가 늘어났다. 엑손모빌 연구진은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의 1인당 GDP가 2배 이상 늘어나며 에너지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고소득국가에서는 탄소 감축을 위한 신기술 개발과 정책 선택 등으로 인해 연료 효율성이 높아져 오히려 에너지 사용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2050년에는 풍력과 태양광이 현재보다 5배 늘어나, 전세계 에너지 공급의 11%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연료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수소에너지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도 상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청정에너지보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요하게 사용할 것이며, 세계 에너지 수요의 5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전세계가 에너지를 생산, 소비하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030년 340억t으로 정점에 올랐다가 2050년에는 250t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전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에도 온실가스를 이만큼 감축한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의 결과일 것”라면서도 “하지만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대비 2도 이하로 제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대비 2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110억t으로 줄여야 한다고 보고했다. 즉, 엑손모빌이 예측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보다 2배 이상에 달한다.

엑손모빌 연구진은 기온 상승 폭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전기차 사용’을 꼽았다. 향후 개인 차량이 사용하는 석유의 양은 점점 줄겠지만, 장거리 운송하는 대형트럭과 항공기가 사용하는 양은 여전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035년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이 전기차라면 2050년 석유 소비량은 지금보다 약 17% 감소해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1

엑손모빌 연구진은 기온 상승 폭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전기차 사용’을 꼽았다. 향후 개인 차량이 사용하는 석유의 양은 점점 줄겠지만, 장거리 운송하는 대형트럭과 항공기가 사용하는 양은 여전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035년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이 전기차라면 2050년 석유 소비량은 지금보다 약 17% 감소해 약 8500만 배럴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2050년까지도 여전히 화석 연료를 주요하게 사용하므로 탈탄소화 기술을 주요하게 상용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 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 특히 수소와 바이오연료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술만 발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각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책을 지원하고,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시장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엑손모빌 연구진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50년간 기후변화 연구를 해왔으며 미래에 대한 예측 분석이 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초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1977~2003년 엑손모빌에서 작성한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이미 엑손모빌이 1970년대부터 화석연료가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구 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도씩 오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간 정부나 학계, 특히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내놓은 실제 분석 결과와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자 미국 내에서는 엑손모빌이 그간 화석 연료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실을 숨겼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전까지 엑손모빌 역대 CEO들은 “기후변화 연구로 미래를 분명히 예측하기 어렵다”거나 “화석 연료가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말해왔다.

참고 자료

ExxonMobil Global Outlook Executive Summary ‘Our view to 2050′(2023) https://corporate.exxonmobil.com/-/media/global/files/global-outlook/2023/2023-global-outlook-executive-summary.pdf

Science(2023) DOI: 10.1126/science.abk0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