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서울의 5개 지역에서 수집한 공기 시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집중적으로 발견됐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진이 수집한 지역 /서울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서울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늘어났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염을 막기 위해 사용된 마스크와 위생티슈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 조각과 섬유가 대기 중으로 유입되면서 공기 오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여름철 서울의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마스크를 포함한 1회용 위생 용품 사용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 해외에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지 같은 청정 지역에서도 대기 중에 미세플라스틱이 늘어났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에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서울의 대중교통 요충지(서울로), 상업지구(청량리·신사동), 중심업무지구(대치동), 도시숲(홍릉) 등 5개 야외 환경에서 공기 샘플을 채취해 미세플라스틱 농도와 성분을 분석했다. 여름철 강우가 없는 날에만 24시간 동안 능동공기펌프채취기를 이용해서 공기 시료를 채취했다.

대기 시료를 분석한 결과 도시 숲인 홍릉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약 3km 떨어진 도심인 청량리보다 27% 적게 관측됐다. 상업 지구의 경우는 평일보다 주말에 25% 더 높은 단위 부피당 입자(수농도)가 관측됐다. 높은 건물에서부터 숲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인간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발견됐다.

서울에서 관측된 미세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페트), 아크릴, 폴리아마이드 등 9종으로 나타났다. 특히 폴리프로필렌은 모든 관측장소에서 높은 비중으로 발견됐다. 이는 조각형 미세플라스틱의 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페트가 12%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확인했다.

서울에서 관측된 미세플라스틱의 물리 화학적 분포 특성. /정수종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서울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프랑스 파리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폴리프로필렌에 높은 비율로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마이크로비즈처럼 일차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 불규칙한 모양의 조각과 섬유 형태를 띠었다. 미세플라스틱은 조각 형태 (87.4%)가 섬유형(12.6%)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방역과 위생 증진 목적으로 사용된 마스크와 위생티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조각이 마모되고 태양빛을 받아 분해되면서 대기 중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여름철에 관측된 한정한 연구라는 점에서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코로나19가 엔데믹(토착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마스크 착용이 줄었지만, 이미 사용된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관리하고 미세플라스틱을 새로운 대기오염물질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정 교수 외에도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장동영 연구원, 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과 세스코 이물분석팀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이달 5일 공개됐다.

서울에서 관측된 미세플라스틱의 종류별 현미경 사진: a) 아크릴(53.32㎛), b) 폴리아미드(PA; 118.23㎛), c) 폴리에틸렌(PE; 75.72㎛), d) 폴리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PEVA; 34. 11㎛), e) 폴리(아세탈)(146.88㎛), f) 폴리(이소프렌)(31.94㎛), g) 폴리프로필렌(PP; 95.87㎛), h) 폴리우레탄(PU; 374. ㎛), i)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1449.86㎛). /정수종 서울대 교수

참고자료

Environmental Pollution, DOI: https://doi.org/10.1016/j.envpol.2023.121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