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부터 14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브랜드의날 행사에서 참석자가 웨이가오의 수술용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시나닷컴 캡처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브랜드의 날’ 행사에서 중국 의료기기 업체인 산둥 웨이가오(山东威高)가 수술용 로봇 ‘미아오슈 S’를 전시했다. 웨이가오가 수술 로봇으로 대대적으로 부스를 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모델은 원격 수술이 가능한 의료 로봇으로 간담도 절제술, 위장관 절제, 부인과와 비뇨기과 수술이 가능하다.

#소화기 분야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는 중국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로보 메디컬 테크놀로지’는 최근 수천만 위안(수십 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로보 메디컬이 자체 개발한 소화기 내시경 수술 로봇은 산둥대 병원 등에서 100건 이상 수술 사례를 기록하며 중국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산 수술 로봇들이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수술로봇 ‘다빈치’에 도전하고 있다. 의료기기 대기업인 웨이가오 그룹이 개발한 제품이 연내 시판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보건의료산업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어, 수십 년 이어진 다빈치의 독점이 깨질 가능성도 나온다.

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와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본사를 둔 웨이가오 그룹이 개발한 복강경 수술 로봇은 이달부터 중국에서 일반 외과를 대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웨이가오는 지난 2021년 중국 기업 최초로 복강경 로봇 수술 시스템으로 중국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외과 수술은 복부를 절개하는 개복수술에서 배에 구멍을 뚫어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 나아가 복강경 로봇 수술로 진화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로봇은 내시경, 집게, 가위 등이 장착된 로봇팔을 복부의 구멍을 통해 삽입하고, 의사가 모니터를 보며 수술을 하는 식이다. 로봇팔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각도에서 수술이 가능하고, 집도의가 의도치 않은 떨림을 자동으로 보정해 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숙련되지 않은 외과 의사도 수술이 가능하고, 절개 부위가 적고 출혈을 줄여서 회복기간이 짧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세계 로봇 수술 시장은 1990년대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가 등장한 이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다빈치가 중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7년 중국 인민해방군 종합병원에 도입된 게 처음인데, 아직 견줄 만한 경쟁자는 없는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중국에서 사용 중인 로봇 복강경 수술 시스템은 189개인데 전부 다빈치였다.

의정부성모병원 흉부외과 김재준 교수와 '다빈치 Xi 로봇수술' 장비

2019년부터 중국에서 다빈치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등장했지만, 코로나19가 방패가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원들이 봉쇄되면서 경쟁 기업들이 임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다시 수술 수요가 늘면서 기회를 노리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21년 허가를 받은 웨이가오를 비롯해 같은 해 10월 이래 중국 쑤저우(蘇州)에 본사를 둔 캉둬 로봇회사와 상하이 마이크로포트 메드봇(그룹) 주식회사, 메디컬 폴리머 등이 개발한 수술용 로봇이 중국 보건 당국의 인가를 획득했다.

중국 기업들은 다빈치와 엇비슷한 기술력에 신기술을 도입한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웨이가오는 3D 안경을 경쟁력으로 세웠고, 마이크로포트 메드봇은 로봇팔이 한 개 더 많은 4개라서 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포트 메드봇 그룹은 작년 수술 로봇 5대를 팔았고, 올해 10~20대를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산 수술 로봇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홍콩 증권사 하이통 인터내셔널 증권에 따르면 다빈치 시스템은 중국에서 약 350만 달러(약 47억원)에 팔린다. 웨이가오 신형 로봇 가격은 197만 달러(1400만 위안, 30억 원)로 60% 수준이다.

다빈치는 수술 로봇 본체 자체도 비싸지만, 제품 유지 보수 비용도 비싸다. 로봇 부품은 수술 10회 당 한 번씩 교체해 줘야 하는데, 그 부품 가격이 2000달러로 연간 유지비만 연간 8만~17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튜이티브의 총 매출에서 수술용 로봇은 약 30%인데 부품 및 액세서리 매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인튜이티브가 다빈치 유지 보수 비용으로 매출을 올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다빈치의 비싼 가격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에서 로봇 수술은 공공의료보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비를 얼마를 받든 상관 없다. 현재 로봇 수술비는 복강경 수술비보다 20% 가량 비싸다. 다빈치는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로봇을 대여해 주는 ‘리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수술’이라는 특성 상 중국판 다빈치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중환자 수술을 하는 병원과 의사들은 가장 보수적인 조직으로 통한다. 수십년 동안 다빈치에 사용해 와서 이 시스템에 익숙한 의사들이 많은 것도 극복해야 할 점이다. 수십 년 동안 세계 여러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고 의료계의 신뢰를 쌓은 다빈치의 아성을 신생 업체가 가격 경쟁력만으로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