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

LG화학(051910)이 스웨덴 제약사로부터 기술 이전받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최근 반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항암 신약 개발사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인수한 LG화학이 항암 신약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는 파이프라인 효율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와 스위스 생명공학 전문지인 라이프사이언스스웨덴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019년 스웨덴 바이오벤처인 스프린트바이오사이언스(스프린트)로부터 기술 이전받은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최근 반환했다. LG화학이 반환한 후보물질은 간에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차단하는 기전인데, 스프린트가 작년 11월 공개한 전 임상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린트의 마티아스 스캄스태드(Mathias Skalmstad) 최고경영자(CEO)는 “LG화학이 내부 연구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며 “우리가 부담할 비용은 없다”고 스웨덴 현지 언론에 밝혔다. 이번 기술 반환으로 LG화학이 본 손해는 450만 달러 정도다. LG화학은 작년까지 스프린트에 선불금과 공동연구비 300만 달러(약 52억 원)에 마일스톤 150만 달러(약 20억 원)등 약 450만 달러(약 72억 원)를 지급했다.

LG화학이 이 금액을 포기하고 기술 반환을 결정한 것은 개발 단계가 진전되면 될수록 손해가 커질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지난 2019년 체결한 계약을 보면 LG화학은 개발비 전액을 부담하고, 임상 및 상업화 진행 단계에 따라 스프린트에 마일스톤을 지급해야 한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부문 본부장

업계는 나아가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이 사업 효율화에 본격 나섰다고 해석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신약개발 회사인 아베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항암 신약’ 회사로 도약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비핵심 사업도 정리할 것을 공식화했다.

자산효율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LG화학은 올 초 진단사업부문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최근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가격은 1000억~1500억 원대로 추정된다. LG화학은 지난 2018년 진단사업부를 매물로 내놨으나 불발됐다.

진단기기 사업은 의료기기 특성 상 진입장벽이 높고, 병원과 연구기관들이 기존 장비를 여간해서 바꾸지 않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에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국내 진단 시장도 로슈·애보트·다나허 등 글로벌 상위 10개사가 65%를 점유하고 있다.

LG화학은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아베오 인수 설명회에서 손지웅 LG화학 사장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항암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항암 신약은 물론 비만 통풍 치료제 등 기존에 확보한 유망 파이프라인에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