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욱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가 29일 제주 서귀포 제주신화월드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생물공학회 공동 특별 미디어 세션에서 코로나19 진단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귀포=최정석 기자

“코로나19 사태 같은 팬데믹(대유행)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히 올 것은 확실합니다.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려면 ‘원스텝 분자진단 기술’을 서둘러 상용화해야 합니다.”

이정욱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달 29일 제주 서귀포 제주신화월드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생물공학회 공동 특별 미디어 세션에서 유전자증폭(PCR)만큼 정확하고 검사 속도는 더 빠른 진단검사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동쪽과 서쪽, 남쪽으로는 바다, 북쪽으로는 북한으로 둘러싸여 사실상 섬에 가깝다”며 “공항과 항만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감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 다가올 ‘감염병-X’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RAT)를 쓰고 있다. 이 교수는 “PCR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8시간가량 걸린다”며 “검사를 위한 장비를 구매하고 시설을 조성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돈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RAT는 결과가 빨리 나오지만 10명 중 6~9명꼴로 그 결과가 틀릴 수 있다”며 “양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위음성’ 문제 때문에 지역 감염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PCR 검사만큼 정확하면서 RAT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과가 빨리 나오는 바이러스 진단 검사법을 새로 만들었다. 이 진단법은 간단하다. 환자 코, 입에서 확보한 검체를 특수 제작한 반응 튜브에 넣고 섞어 30분을 기다리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반응 튜브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

이 교수는 이 진단법을 현장에서 상용화하기 위해 바이오 기업과 공동으로 분자진단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원금을 주며 지원에 나섰다.

한편에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오미크론을 더 빨리 검출하기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성질을 빨리 파악하는 건 감염병 대처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변이 검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다보니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 이 교수 연구팀도 더 빠르고 싼 값에 변이를 검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교수는 누구나 집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결과를 얻는 진단법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의료진이나 전문가가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는 정확도가 매우 높은 진단기기를 개발하면 다음번 팬데믹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