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3년 여만에 수장을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최근 건설경기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경영 전반의 어려움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마창민 전 대표에 이어 수장 자리에 또 다시 LG전자 출신 임원을 영입했는데, 건설업계에선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DL 사옥 디타워 돈의문. /DL이앤씨

DL이앤씨는 3일 신임 대표이사 후보에 서영재 전 LG전자 BS사업본부 IT사업부장(전무)를 내정했다고 공시했다. 서 후보는 오는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마창민 전 대표가 옷을 벗은지 닷새 만이다.

마 전 대표는 그룹 총수인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적 하락에 이어 중대재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악재가 쌓이면서 작년 말부터 ‘사임설’이 나왔다. 그러다 지난달 31일자로 내부 인사를 통해 임원진을 대거 교체했는데, 같은 날 자진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렬 재무관리실장(CFO)을 포함해 총 17명의 임원이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는데, 이는 전체 임원 57명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에 이 회장이 과감한 인사를 통해 ‘쇄신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마 전 대표가 사임한 이후 새 대표로 누구를 앉힐지 업계에서 오가는 얘기가 많았다.

먼저 마 전 대표가 LG전자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라는 점에서 건설업을 잘 아는 ‘건설통’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마 전 대표는 업계에서 건축·토목·플랜트 사업부문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고금리에 공사비 급증 등 건설업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라는 점에서 ‘재무통’ 인사가 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실제 건설사들이 재무통 인사를 기용하는 사례들이 잦아졌다.

서영재 DL이앤씨 신임 사내이사 /DL이앤씨

결국 DL이앤씨는 이날 전임자와 같은 LG전자 출신의 ‘전략기획통’을 새 대표로 기용했다. 서 후보는 LG전자에서 헬스케어, 홈피트니스 등 신사업 개발과 재무·경영관리를 담당한 바 있다. 올해 대내·외 경영환경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전략적인 리더십을 보유했다고 판단해 발탁했다고 DL이앤씨는 설명했다.

이처럼 DL이앤씨가 또 다시 LG전자 출신을 기용한 배경에는 이 회장의 ‘LG맨’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부인 김선혜씨는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실무상으로는 남용 DL이앤씨 전 의장(전 LG전자 부회장)의 인맥이 ‘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인사 때 남 전 의장도 사임하면서, 이 회장이 강한 의지를 보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대규모 물갈이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지만 당분간 부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DL이앤씨가 지난해 영업손실이 컸고 주택부문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여러모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해외 사업에 진출해도 당장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지 않냐”면서 “LG맨을 고수하는 원칙이 위기 상황에서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