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건축법 개정안 시행으로 주택 등 건물을 지을 때 ‘준불연(불연에 준하는 자재)급’ 자재만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건자재업계에서 관련 재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 업체들의 경쟁력 재고를 위해 개정안 유예기간을 두자, 여전히 부적합 제품들이 시중에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리원료를 고온에서 녹여 만든 불연성 건축자재 '그라스울' 제품. /KCC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12월 샌드위치 패널(철판이나 판자 사이에 단열재인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 자재)에 대한 품질인정 제도를 본격 도입했다. 과거 난연 기준에서 준불연 이상급 자재만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난연은 700도에서 5분, 준불연은 10분 정도 견딜 수 있는 성능을 뜻한다.

또 샌드위치 패널 완제품으로 대규모 크기의 실물모형을 만든 뒤 내부에 불을 피우는 실물모형시험을 거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과 시험기관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표준모델’ 제도를 2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표준모델은 협회에서 대표로 실물모형시험을 통해 화재성능을 검증한 뒤 인정 받으면 같은 협회 소속 업체들은 별다른 시험 없이 동일한 건축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22~2023년 화재안전 모니터링 결과 발포스티로폼(EPS) 복합자재를 통해 표준모델 기준에 맞춘 샌드위치 패널을 생산하는 38개소 중 19개소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적합률이 50%에 그친 것이다. EPS 복합자재는 스티로폼의 배합 등을 기존과 다르게 해 준불연 등급의 표준모델 성적서를 받은 제품을 말한다.

국토부는 최근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사용 인증을 부여받은 표준모델에 ‘인정취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와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이 인증받은 표준모델에는 문제가 있다며 ‘사용 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는 현장에서 사용되는 샌드위치 패널은 표준모델로 인증받은 자재와 다른 불량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준모델이 통과된 협회에 소속돼 있으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성능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해 준불연 소재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샌드위치 패널을 시중에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A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기존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화재의 위험이 그동안 커져왔기 때문에 대부분 자재업체들은 불연성소재에 대한 대형 설비투자와 개발 연구이 한창”이라며 “그러나 시중에 표준모델 제도를 통해 합격만 하고 판매되는 저품질의 저렴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설비투자한 업체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원인으로 꼽혔다. /연합뉴스

실제로 샌드위치 패널 건물의 화재는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경북 문경시에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육가공품 공장 화재를 키운 원인은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이후 2008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은 모두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부적합한 제품이 판을 치지만 국토부가 강하게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기존의 유기물(우레탄패널 등 화재에 취약한 소재) 샌드위치 패널 업계가 영세 중소업체기 때문이다.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건설업계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표준모델 시험 등 인증 기준이 강화된다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스티로폼과 폴리우레탄을 사용하는 샌드위치 패널이 사실상 건축 현장에서 퇴출되고 유리로 만들어 잘 타지 않는 그라스울 패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경우 대기업 건자재 업체 위주로 준불연 자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특별히 강화하거나 확대할 계획은 없지만 매년 400건 이상 하던 모니터링을 계속 진행 중”이라며 “다만 표준모델 문제점이 현장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표준모델 시험방법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국토부나 지자체 차원의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눈속임 업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B건자재업체 관계자는 “소규모 중소 지방 업체일 경우 지자체가 모니터링을 나올 때 업체들끼리 공유되는 경우가 많아 적발이 쉽지 않다”며 “시험테스트 과정을 축소시켜서 편리하긴 하지만 모든 업체들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강화가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