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서울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잠실과 이촌에서 나온 경매 물건이 잇달아 유찰되고 있다. 한 때 인기상품이었던 고가 아파트가 ‘떨이 시장’으로 불리는 경매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파크리오 아파트 단지. /뉴스1

14일 대한민국 법원 경매 정보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6864가구 규모 대단지 ‘파크리오’ 전용면적 84㎡는 지난 11일 열린 2차 매각기일에서 19억3600만원에 나왔다. 하지만 또 다시 유찰됐다. 이 매물의 최초 매각가는 24억2000만원이었다. 다음달 15일에 15억4880만원에 재매각될 예정이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같은 타입 매물 호가는 19억원~23억원이다.

당초 이 물건은 한 차례 유찰된 데다 권리분석에서도 특이사항이 없어 무난한 낙찰이 예상됐다. 그럼에도 유찰된 이유는 매각가가 급매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데다, 인근 잠실 대장 단지 중 하나인 ‘리센츠’의 최근 낙찰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일 경매에 나왔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103.84%인 21억8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리센츠 전용면적 84㎡A 타입이 22억8500만원~24억4500만원에 거래됐고, 파크리오 전용면적 84㎡C 타입이 19억7000만원~20억8000만원 선에서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3억원이 넘는 가격 차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용산구 이촌동의 ‘이촌동삼성리버스위트’ 전용 면적 137㎡ 역시 두 차례 유찰되는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이 물건은 지난 1월 28억9000만원에 최초 매각됐으나 유찰됐고, 지난 5일 23억1200만원에 재매각에 부쳐졌지만 다시 유찰돼 매각 금액이 18억4960만원까지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평형은 지난해 12월 27억5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위치 특성상 ‘한강뷰’ 여부 및 층·동에 따라 동일 평형 매매가가 수 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경매에 부쳐진 이 물건이 1층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실거래가와 2차 매각가의 차이가 4억원까지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시장 전체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두 물건 모두 3차 매각기일에는 2차 매각가를 상향하는 낙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에는 한 마디로 낙찰자들이 ‘눈치게임’에 실패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결과로 입지 좋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매 시장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