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센터’ ‘XXX타워’ ‘△△밸리’….

15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북쪽 일대. 각종 팝업스토어와 카페거리 등이 즐비한 서울 최고 ‘힙(hip) 플레이스’ 성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파란 유리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었다. 포화상태인 강남업무지구(GBD)의 수요를 받아내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으나 최근에는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 등 사업장이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 건물을 뜻한다.

15일 지식산업센터 건물이 즐비한 북성수 일대 전경. /백윤미 기자

신축 지식산업센터 사이로 카센터와 물류센터, 열쇠집, 공업사, 백반집 등이 사이 사이 끼어 있었다. 커다란 물류트럭이 인도도 제대로 정비돼있지 않은 도로 사이를 오갔고,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은 길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 가득하던 관광객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남쪽 성수동 일대에는 즐비한 카페 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투자자 관심은 많지만… “이미 오른 데다 땅 너무 커 개발 어려워”

이 때문에 최근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북(北)성수 임장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커뮤니티나 개인 블로그 등에 북성수 임장 후기를 올리는 이들도 늘어났다. 성수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디올 성수’ 플래그십스토어나 최근 가장 ‘핫’한 ‘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스토어 등 유명한 곳들은 대부분 남(南)성수에 위치해있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남성수는 그간 지가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조명을 많이 받아 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트렌드의 흐름이 소외된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북성수와 남성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이 있는 아차산로를 기준으로 구분된다.

최근 북성수는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해 오피스 등에 임대 수요가 몰리면서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성수에는 총 198만㎡에 달하는 업무시설이 공급돼 있는데, 주요 업무 시설의 경우 공실률이 0%에 수렴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알스퀘어는 실제 계약된 사례를 기준으로 성수 임대료가 2021년 기준 3.3㎡당 21만1000원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3.3㎡당 23만9000원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15일 수리점과 공업사, 건설현장이 늘어선 북성수 일대. /백윤미 기자

하지만 실제로 투자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게 업계 평가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평당 지가가 남성수와 1억원까지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팝업스토어가 많이 열리는 등 번화가인 남성수 연무장길의 경우 지가가 3.3㎡ 당 2억~3억원 선이다.

또 땅 크기가 작아 소규모 개발이 쉬운 남성수와 달리 넓은 공장 부지가 많은 북성수는 쉽게 개발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이 개발하기에 충분할 만큼 큰 부지도 아니어서 애매하다는 것이다.

저녁에 바라본 남성수의 탬버린즈 플래그십스토어(왼쪽)와 디올 성수 플래그십스토어. /백윤미 기자

성수동에서 지식산업센터 개발을 하는 A씨는 “북성수도 이미 땅값이 많이 올라서 남성수와 지가 차이는 많아도 평(3.3㎡)당 2000만~3000만원 선일 것”이라면서 “개인이 투자하기는 북성수도 땅값이 너무 많이 올라 쉽지 않은 수준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기업이 들어와도 통상 부지 하나에 1000평은 돼야 단독 개발을 하는데 400~500평 수준이라 크기가 애매하고 인근 부지까지 매입하기에는 땅값이 너무 비싸다”고 덧붙였다.

◇南-北성수 개발 속도 차이 여전… “양극화 계속될 것”

실제로 남성수는 여전히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패션브랜드 무신사가 남성수 곳곳에 둥지를 틀었고, 올해는 젠틀몬스터와 3세대 오피스 ‘팩토리얼 성수’의 신사옥이 들어선다. 2027년에는 성수 이마트 부지에 약 21만4500㎡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 공급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성수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북성수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남성수와 공간이 분리돼있어 최근 늘어나는 관광객 등이 이동하기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남-북 성수는 서울의 강북과 강남과 같이 구분된 공간으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