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르엘은 인허가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속사정은 몰라요. 늦게 분양할 수록 가격이 높아질 수 있으니 기다리는 것 아니겠나 싶어요.”(강남구 청담동 A중개업소 관계자)

“앞으로 4~5년은 강남에 대단지 분양이 없어요. 몸값을 무조건 올려야죠. 메이플자이는 분양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지 않겠어요.”(서초구 잠원동 B중개업소 대표)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상가에서 바라본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공사현장의 모습./조은임 기자

10일 오전 방문한 서울 강남구 청담르엘(청담삼익) 공사현장이 있는 학동로에서는 레미콘 차량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본 아파트는 약 3층 높이까지 올라가 있었다. 부지의 면적이 6만㎡를 넘어서는 만큼 현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재건축 예정인 청담삼익 상가 외에 대로변으로 가는 길목에는 7층 높이의 신축 상가도 눈에 띄었다. 이 상가는 청담삼익 재건축 공사로 지반이 흔들려 다시 지은 곳이다.

청담르엘은 한강뷰는 물론, 봉은초, 봉은중도 지척에 있어 입지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다. 삼성동 GBC 개발 영향권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반분양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컸다. 당초 올해 상반기였던 일반분양은 차일 피일 미뤄지다 결국 해를 넘게 됐다. 이 단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피해간 단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현장에서는 일반분양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내년 초 쯤으로 짐작만 할 뿐이었다. 총 1261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176가구에 불과해 입주예정자들의 관심은 조합원 입주시기에 더 관심이 많았다. 지난 5월 조합원 동호수추첨을 진행한 바 있다. 바로 옆에서는 홍실아파트 재건축 공사도 진행 중이었지만 이 단지는 일대일 재건축을 선택해 일반분양 물량은 없다.

청담르엘 공사현장의 한 관계자는 “일반분양은 했는지 안 했는지 듣지 못했다”면서 “동호수 추첨 후에 조합원들이 자신이 살 집의 위치를 보고 가곤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공사현장의 모습./조은임 기자

실제로 청담르엘의 일반분양 시기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의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호수 추첨 후 일부 조합원들이 설계 변경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조합장이 교체됐다. 2003년 9월 조합이 설립된 지 20년 만에 착공에 들어갔지만 일반분양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아보였다. 이 아파트의 입주 예정일은 2025년 9월이다.

청담동 대장주 격인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이 미뤄지는 동안 조합원 물건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거주, 1주택자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거래가 가능하지만, 벌써 평당 1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추가분담금까지 더해야 하니 가격은 좀 더 올라간다. 재건축 전 59㎡에서 84㎡로 넘어가는 물건의 경우 중층 기준 2억~3억원이 더 붙게 된다.

청담동의 C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 물건은 대출도 되지 않아 상당히 거래가 까다롭다”면서도 “로열 물건의 경우 84㎡ 기준 40억원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지난 10일 방문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공사현장의 모습./조은임 기자

같은 날 찾아간 잠원동의 메이플단지(신반포4지구) 현장은 공정도가 더 높았다. 대부분의 동이 15층 높이까지 올라가 있었다. 2차선 도로를 끼고 1공구와 2공구로 나눠졌는데, 이 도로에는 수시로 레미콘 차량과 트럭들이 오갔다. 이 아파트는 총 3307가구로, 일반분양 물량은 236가구다. 다만 전용 59㎡이 일반 분양 물량 중 최대 평형이다.

이 아파트는 공사비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적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의 검증까지 거쳐 시공사인 GS건설과 막바지 협의 작업이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메이플자이 조합 측에 9300억원의 공사비를 1조2534억원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부동산원은 “공사비 50% 증액은 무리”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최근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동호수 추첨 후 설계변경까지 요구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조합은 올해 안에 분양 공고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부동산원이 제시한 가격대를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현 상태로는 올해 안에 분양공고를 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공사현장의 모습. 2차선 도로 양쪽으로 1공구와 2공구가 나뉘어져 있다./조은임 기자

운 좋게 재초환을 피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분양시기를 미루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잠실 크로바·미성, 잠실 진주 등도 재초환을 피했으면서 분양을 미루고 있는 단지들이다. 공사비 갈등이나 인허가 문제 등 속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더 비싸게 분양비를 받아 그간 들어간 비용을 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강남3구와 용산구에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사비·인건비가 오르고, 강남권 분양이 줄면서 결국에는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초환이 정비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재초환도 피한 아파트들이 분양가까지 높이려 분양을 미루는 것을 좋은 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