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전경.

올해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에 몸을 사렸던 건설사들이 하반기에는 송파구에서 수주 격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내 재건축·재개발 구역들이 조합설립 이후 곧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되면서 조합 수가 타 지역에 비해 많은 송파구에 건설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비몽땅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송파구 내 45개(추진위, 추진주체구성전 포함) 사업장 중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있는 사업장은 총 30곳이다. 이는 성북구(35곳), 용산구(19곳), 서초구(19곳)와 더불어 서울시 내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송파구가 하반기 수주 격전지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지난 7월 1일부터 서울시 내 재건축·재개발 구역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곧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시공사 선정은 조합설립 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아야 가능했지만,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했다. 조례 개정 덕분에 시공사를 선정을 앞두고 있는 구역이 기존 2곳에서 30곳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와 맞물려 상반기에 정비사업 실적이 부진했던 건설사들이 하반기에 실적 만회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져 잠실 주요단지 위주로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7조9960억원으로, 1년 전(20조520억원) 대비 60%가량 떨어졌다.

대형 건설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지는 장미1·2·3차 아파트다. 해당 단지는 잠실역 도보 거리에 있고, 한강 생활권에 있는 데다 4000가구에 육박하는 규모로 재탄생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한양2차아파트, 송파미성아파트, 잠실5단지아파트, 잠실우성아파트, 가락미륭아파트 등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여기에 가락상아1차아파트 등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득한 상태에서 시공사 선정을 하고 있는 구역과 미성·크로바아파트 등 시공사 재선정 절차에 있는 곳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해당 단지들이 시공사를 선정한 이후에도 송파구에는 대규모 단지들이 재건축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림픽 3대장’이라고 불리는 올림픽훼밀리아파트,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아시아선수촌아파트가 올해 연달아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들 3개 단지는 총 1만1390가구의 메가톤급 단지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 단계에 돌입하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가락우창, 한양1차, 풍납미성, 풍납극동 등 4개 단지도 올해 안전진단을 통과한 바 있다. 해당 단지들은 재건축추진위 구성 과정을 거쳐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시공사 선정에 나서게 된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송파구 아파트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송파구 내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 대비 0.98% 오르며 서울 내 자치구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에도 송파는 0.45% 오른 바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송파구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노른자 사업지’가 집중돼 있어, 단독입찰로 인한 수의계약이 빈번한 현재 정비사업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다만 서울시가 아직 조례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