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까지만 해도 수익성이 좋으니까 상가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매물만 쌓이고, 거래도 뚝 끊겼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공인중개사 A씨)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의 한 지식산업센터 2층 상가에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는 모습. /채민석 기자

지난 12일 오후 지식산업센터가 몰려 있는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찾았다. 마침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어 일대가 북적였다. 하지만 상가 내부 모습은 완연히 달랐다. 건물 1층에는 폐업 후 주인을 찾지 못한 가게들이 즐비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2층은 아예 운영을 하지 않는 듯 불이 꺼져 있었다. 대부분의 호실 문 앞에는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A씨는 “이 근방 지식산업센터 상가는 2년 전까지는 호황기였다. 하지만 1년 전부터는 거래가 아예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분양가가 오른데다 금리까지 인상되자, 팔려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사려는 사람의 발길은 끊겼다. 장기 공실도 많다”고 밝혔다.

지식산업센터 상가가 ‘영광의 시대’를 채 3년도 누리지 못한 채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 반사이익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돼 임차인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상가 매물 수는 4558개로, 지난해 동기(2814개) 대비 62%가량 늘었다. 수도권은 4387개로 작년 1분기(2555개) 보다 71.7% 대폭 증가했다. 반면 지식산업센터를 제외한 다른 유형의 상가들은 같은 기간 매물 수가 감소했다. 근린상가(-5.0%), 단지내 상가(-1.4%), 오피스상가(-10.8%), 주상복합상가(-4.5%), 복합쇼핑몰(-5.6%) 등은 매물 수가 줄었다.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의 한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 가게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채민석 기자

이처럼 매물은 쌓였지만, 실제 입주 물량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동산R114의 올해 상가입주물량 집계 결과(5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상가 입주 물량은 전체 3만4514개의 입주 상가 중 2385개에 그쳤다. 반면 근린상가(1만464개), 주상복합상가(5529개), 단지내상가(5253개) 등 주거지 수요를 배후에 둔 상가들은 전체 입주 상가의 72.1%를 차지했다.

수도권의 한 지식산업센터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이곳은 야간에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상가 상인들은 주간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 입주자가 없으니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것”이라며 “서울도 상황은 심각하지만, 신도시 신축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절반 이상이 공실인 곳도 부지기수일 만큼 상황이 더욱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상대적으로 업무지구를 끼고 있는 중심 상권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다른 종류의 상가들보다 입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수요층도 지식산업센터 내 근무자에게 한정돼 있어, 임차인 확보가 용이하지 않다.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는 사무실 거래 자체가 활발해야 ‘거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지식산업센터는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아왔다. 전매제한 등 각종 부동산 규제 대상이 아니었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등세 등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대출 금리도 낮아서, 저금리 수익형 투자처로 떠오르며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작년부터 부동산 규제가 풀리고, 금리도 대폭 인상되면서 투자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자연히 거래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량은 총 233건으로, 전년 동기(618건) 대비 62.3% 하락했다. 거래 금액도 3550억원에서 1202억원으로 66.2%가량 줄었다.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일대. /채민석 기자

문제는 사무실 매물에서 발생하고 있는 거래절벽 문제가 상가 자체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무실 입주자가 줄어들면서 상가의 수익에 타격을 주고 있다. 즉 상가를 내놓는 사람이 늘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입주를 꺼리고 있어 ‘장기 공실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당분간 상가 예비 임차인들은 수요층이 확보돼 있는 업무지구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여, 지식산업센터 상가의 미래는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는 업종 자체가 제약이 많다 보니 공급 과잉으로 인한 사무실 공실률을 회복하기 힘들고, 상가도 활성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수요가 오피스 상가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식산업센터 상가가 거래량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