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여의도가 날개를 단 느낌이에요. 이미 10여 년전에 했어야 할 것들인데 그동안 허송세월한거죠. 최근 주거지역 재건축과 상업지역 빌딩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여의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여의도 공작아파트 정문. 뒤로 빨간색 줄이 있는 파크원이 보인다./사진=이미호기자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도동 공작아파트를 찾았다. 333m 높이를 자랑하는 초고층빌딩 파크원과 쇼핑 중심지 더현대서울, 5성급 호텔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강변 코 앞이라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도 공존했다. 빌딩숲과 주거단지가 혼재돼 있는 ‘여의도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공작아파트는 인근 서울아파트, 수정아파트와 함께 ‘상업용지 대장주’로 통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재건축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복잡한 사정들로 인해 3종 일반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용지 위에 아파트가 올려진, 다소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여의도는 고도 제한 탓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한 반면, 동여의도는 최근 서울시가 빌딩은 물론 아파트에 대해서도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단지 주변은 초고층 빌딩들이 제각각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공작아파트 단지 내 한국전력 부지는 최근 한전이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바로 앞에 LG트윈타워가 있다.) 단지 정문을 기준으로 보면, 맞은 편 대각선에는 옛 MBC 부지를 재개발한 ‘브라이튼 여의도’가 입주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처럼 금융중심지구와 붙어 있고 상업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아파트라는 출신(?) 탓에 정비사업계획에 의한 ‘용적률 800%, 높이 제한 200m’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이날 주차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현재 49층으로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지난 주말에 전체 회의도 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 21일 열린 전체 회의에서 건축사(설계사) 결정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마침 아파트 정문에는 토지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회의 진행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길게 붙어 있었다. 바로 아래에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등 굵직한 대형 건설사들이 ‘드디어 날개를 펼칩니다!’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며 일찌감치 수주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공작아파트는 서울아파트에 의해 한강 뷰가 가려진다는 점에서 ‘층수’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편이다.(최근 2년간 아예 거래가 없다). 바로 옆에 있는 서울아파트는 건축법에 따른 재건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른 재건축을 놓고 고심중이다. 비록 192가구에 불과한 소형 단지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업용지 아파트 중 한강뷰 ‘최고의 입지’로 통한다. 서울아파트는 작년 10월 전용 139.31㎡가 33억5000만원에 매매된 것을 마지막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같은 평수 호가는 41억원에 이르고 있다. 단지 내 최고가는 작년 7월 전용 200.27㎡ 55억5000만원이다.

다만 기준별로 대장주를 달리 꼽기도 한다. 이를테면 일반주거지역 내 대장주는 시범아파트다. 여의도는 특성상 대부분 단지가 500가구 안팎으로 조성돼 있는데, 시범아파트는 1584가구에 달한다. 여의도 내 보기드문 ‘대단지 아파트’다. 만약 기준을 순수한 조망권으로만 잡는다면 목화아파트를 빼놓을 없다. 서울아파트 맞은 편 위치한 이곳은 한 때 삼부아파트와 ‘통합재건축’도 논의됐지만 현재는 별도 재건축이 확정됐다. 목화아파트가 재건축되면 여의도 초·중·고 너머 전면 500m까지 시야가 확보된다. 날씨가 좋을때는 노들섬까지 볼 수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최근 여의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배에는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두 차례 공고했다는 점이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결정(안)’ 열람 공고를 시작했다. 3종 일반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해 용적률을 최고 800%(준주거 400%)까지 허용키로 하되, 높이를 200m로 제한했다. 이를 적용하면 지상 60~65층까지 개발이 가능하다. 이에 시범(65층)·한양(54층)·대교(59층)·삼부(55층) 등이 저마다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여의도 아파트 전체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공작·서울아파트와는 반대편에 있는 광장아파트는 지난달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곳은 미성아파트와 함께 여의도역 역세권과 ‘샛강 뷰’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장 아파트 전용 138㎡은 지난달 23억7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2019년 4월 매매가(17억원) 대비 6억원 넘게 올랐다. 현재 호가는 26억~28억원 선이다. 또 샛강역 쪽 진주아파트(전용면적 72㎡)는 지난달 15억원에 손바뀜됐다. 작년 3월 대비 7억원 가량 오른 셈이다.

여의도동 서울아파트. 1976년 준공됐다. /사진=이미호기자

서울시는 지난 24일에는 사실상 초고층 빌딩의 높이 제한을 폐지했다. 서울시는 국제금융중심지구 내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지역에 대해 용적률을 1000%까지 부여하도록 했다. 친환경, 창의·혁신 디자인을 적용할 경우에는 추가로 1200% 이상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높은 파크원 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상업지역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보험업, 은행업, 핀테크업 등 권장업종 도입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용적률을 최대 1.2배까지 완화키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융중심지구 내 새로 건물을 지을 부지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여의도 발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향후 들어설 ‘교통 인프라’가 사업성을 보다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악산역(서울대)과 여의도 샛강역을 연결하는 신림선이 들어온데다, 앞으로 GTX-B가 여의도역을 지나게 되면서 청량리까지 10분만에 이동이 가능해졌다. 또 한국거래소 사거리에 서부선 동여의도역이 들어서고 오는 2025년 4월에는 신안산선이 생기면서 안산·화성에서 40분만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지역계획학 박사)는 “여의도의 가치를 이제는 각도를 달리해서 봐야 한다”면서 “과거 여의도는 강남 접근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말 그대로 도(島)였는데 이를 탈피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9호선이었다. 여의도의 교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향후 들어설 교통망이 여의도에 제2의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