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A아파트(전용 101㎡)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 김모씨는 요즘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마음이 심란하다. 며칠 전 집주인에게 ‘그동안 감사했다. 석달 후 나갈 예정이니 보증금 반환 준비를 해달라’고 전화를 했는데 “어떻게든 노력해서 돌려주겠다”는 애매한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2년전인 2021년 4월, 김씨는 전세 5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세 가격이 3억8000만원(3월 거래 기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김씨는 “반환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대답이 영 시원치 않아 불안하다”면서 “새 아파트 입주 예정을 앞두고 있어서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간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기사와는 관련이 없음/뉴스1

전세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량의 입주 물량이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역전세난이 보다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이 많아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 된 셈이다. 특히 2년 전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인천 지역의 경우, 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1억~2억원대까지 빠진 곳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만약 세입자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8일 부동산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을 달리 가져가는 것이 좋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돈을 돌려받는 것이 좋다. 특히 상당수가 대출이라면 매월 납부하는 이자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당연히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임대차 계약 당시 받은 전세보증금을 그대로 갖고 있는 집주인은 흔치 않다. 보증금에 돈을 더 얹어 집을 마련해 본인이 실거주하고 있거나, 보증금으로 갭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출을 받아 자금을 추가해 갭투자하는 경우는 물론, 무자본으로 갭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할 경우, 임대인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마련해서 주려고 하긴 하지만, 만약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전세가 하락폭이 큰 경우엔 돌려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역전세 발생시, 임차인은 임대차 만기 2개월 전까지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카톡이나 문자, 전화녹취 등 증빙할 수 있는 증거를 남겨 ‘채증’을 해놓아야 한다.

만약 임차인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청구하면 되지만(즉시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이 가입되지 않은 경우라면 골치가 아파진다. 임차인을 위해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전세가를 낮춰서라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고 차액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는데, 보증금을 낮추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는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임대인들이 상당수다. 그 경우 임차인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소송 제기 등 권리행사에 나서야 한다.

임차인이 다른 곳으로 이사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일단 임차권등기명령을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고 임대인에게 적극적으로 보증금과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지연이자는 임대인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바른 김용우 변호사는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 소송을 해서 전부 승소시 임차인이 전셋집에서 퇴거한 다음 날부터 소장 송달시까지 5%, 그다음 날부터는 연 12%의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면서 “승소할 경우 경매에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임차인 입장에서 소송에 투입될 변호사 보수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승소 시 임대인에게 변호사 비용의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 1심 기준 보증금 1억원 740만원, 2억원의 경우 1040만원, 5억원의 경우 1340만원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로 소송비용을 임대인에게 돌려받으려면 별도의 소송비용상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선순위로 은행 저당 등이 잡혀 있다면, 경매를 통하더라도 현행 제도만으로는 전세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지급하고 장기로 저리대출을 지원하는 등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

임차인이 다른 곳으로 이사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집을 비우지 않고서는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소송도 사실상 별다른 의미가 없다. 김 변호사는 “임대인과 잘 협의해서 역월세를 받는 방법이 그나마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역월세는 전월세 시세가 기존 계약보다 하락했을 때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떨어진 보증금 차액만큼 이자를 세입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강제집행을 통해 경매에 부치면 되는데 선순위 저당 등이 잡혀있으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역월세로 집주인에게 이자를 받으면서 돈이 마련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