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법령을 완화한 이후 지자체의 기준과 적극성에 따라 용도변경 속도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용도변경에 필요한 조례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지자체의 수분양자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 수분양자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수분양자는 국토부에 조례 개정과 관련한 적극적 지침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례 개정은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가 최근 생활형숙박시설 용도변경과 관련한 조례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주차 대수, 학교 배정 등은 이미 검토가 완료됐다.

부산 해운대구의 엘시티 레지던스 전경. /뉴스1

안양시는 우선 지난 2월 주차대수 관련 조례를 변경하고 3월 3일부터 시행 중이다. 오는 10월 14일까지 조차장 조례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고 건축물 대장에 ‘오피스텔보다 상대적으로 주차대수 부족’을 표기하기로 했다. 이후 3월엔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관련해 (오피스텔)불허 용도를 해제하기로 했다. 학교배정 문제도 배치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부분의 용도변경 관련 법규 검토를 마쳤다.

다만 건축물분양법에 따라 설계변경시에는 수분양자 100%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80% 이상을 받아 진행 중이다. 방송통신설비 규정 관련한 사항도 아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논의 중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는 용도변경에 필요한 조례 개정을 진행했지만 국토부의 복도 폭 규정 등 때문에 용도변경 신청에도 어려움을 겪는 레지던스가 아직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분양자들은 오는 10월 14일까지 용도변경이 안 되면 입주 후에도 레지던스를 거주용으로 사용할 경우 매년 시세의 10%를 강제 이행금으로 내야 한다. 건축법상 숙박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1년 레지던스의 주거 사용을 금지하면서 오는 10월 14일까지 사용승인을 받은 레지던스의 용도를 오피스텔로 변경할 경우 기존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완화해 적용하기로 했다. 시장 혼란을 감안해 레지던스를 주거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레지던스를 편법으로 주거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를 양성화하면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피스텔과 레지던스의 세부 법 규정 때문에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곳들이 많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구단위계획 변경, 주차장 대수 조례 변경, 학교 배치 문제 등 지자체가 나서야하는 문제들이 많은데 이 모든 것들을 지자체의 의지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에 수분양자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하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이를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오피스텔은 레지던스보다 복도 폭에서 일정 규모 이상 확보가 돼야하는 등 건축법도 충족해야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일러스트=손민균

이 같은 상황에서도 생활형숙박시설이 많은 제주도는 조례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 용도변경에 성공했다. 제주도는 2021년 12월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주차장 확보기준을 한시적으로 2분의1로 완화하는 조례를 개정해 지난해 제주 전체 1만개 레지던스 중 1.5% 수준에 해당하는 호실이 오피스텔로 전환됐다.

반면 인천시는 생활형숙박시설이 1900여개에 달하지만 용도변경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올라온 ‘생활형숙박시설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될 수 있도록 인천시가 나서야한다’는 시 홈페이지 민원글에 인천시는 “학교시설 추가 확보 문제와 상대적인 민원 발생 등으로 인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검토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수분양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레지던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에 가면 지자체 권한이다, 지자체는 국토부에 얘기하라고 하면서 유예기간이 벌써 1년 반이나 지나갔다”며 “지자체장이 권한을 가지고 조례 개정을 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국토부도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토부는 기준을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많은 레지던스를 오피스텔로 모두 인정해주면 주차와 학교 과밀 문제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도 민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피난시설이나 방화시설 등이 주거형 오피스텔에 충족하지 못하는 레지던스는 다음 소유주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