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재정비촉진구역(한남3구역) 재개발 상가 조합원들이 제기한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앞으로 ‘상가 분쟁’이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의 순항 여부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한남 뉴타운 3구역 일대.

28일 한남3구역 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조합측은 현재 소송 당사자들과 일일이 만나면서 협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상가 조합원들은 ‘조합원 분양가가 당초 안내보다 현저히 높다’며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사건(총회결의무효확인)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일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며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다만 본안 사건은 당초 지난 24일에 첫 변론기일이 잡혔다가 재판부가 기일을 변경하기로 했다.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본안 사건은 원고가 8명, 가처분은 여기에 3명을 더해 총 11명”이라며 “별도로 접촉하면서 최대한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남3구역은 총 5816가구에 공사비만 약 1조7377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이다.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관리처분계획안 중 상가 및 판매 시설부분 효력이 본안 소송 판결까지 정지됐다. 이에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용산구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조합원 이주 일정도 순차적으로 미뤄지게 됐다.

조합측이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과 동시에 별도로 상가 조합원 설득 작업에도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손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자금을 미리 조달해 둔 상황이라 사업이 지체될수록 고금리를 감안하면 손실 비용이 커진다는 점에서다. 결국 지연에 따른 손실을 모든 조합원이 나눠서 떠안게 된다. 공사를 맡은 시공사(현대건설) 입장에서도 당초 예정됐던 사업이 어그러진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과 원베일리 재건축사업이 상가 분쟁으로 한동안 시름한 데 이어 한남3구역 재개발 역시 같은 이슈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앞으로 조합측이 상가 조합원들과 얼마나 협의를 원만히 이루느냐가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상가 조합이 바뀌면서 기존 조합과 맺은 건설사업관리(PM)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분쟁이 불거진 바 있다. 총회 일부 안건 상정금지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공사가 재개됐지만, 상가 분쟁을 겪는 수일 동안 공사가 멈췄다.

최근 판례를 보면 진행 과정에서 위법성이나 지나치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법원이 엄정히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원베일리는 상가 통매각 안건이 대의원회 심의 없이 결의됐고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시총회 결의 내용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번 한남3구역 상가분쟁 역시 관리처분계획에 권리 가액, 사업용도, 수익성 등을 어떻게 고려할지 최소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위법성’이 인정됐다. 무엇보다 조합원 분양 대상인 근린생활시설의 ㎡ 당 추정분양가가 1층 2056만원, 2층 678만원인 데 비해 주로 일반 분양 대상 판매시설의 ㎡당 추정분양가가 1층 903만8000원, 2층 397만9000원에 불과해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가처분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바른의 김용우 변호사는 “전문 사업체가 판매시설에 입점하는 경우 그로 인한 주택거주자와 상가조합원들 사이에 상당한 형평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지적했다는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관리처분계획에 상가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그로 인해 전체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재건축·재개발 과정도 재산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수 조합원들과 이해관계를 조율해서 진행하는게 장기적 관점에서 득이 된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관리처분 인간 신청을 할때 표에 의해 의사결정이 되는 구조다. 법원에서도 형평성에 지나치게 어긋나는 부분들은 ‘시정해서 가자’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어쩌면 늦은 게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행정적 효력을 잠시 멈춰 달라는 가처분 신청 사건인 만큼 본안 소송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업이라는데 추진 동력이 있다”면서 “재건축은 토지의 2분의1, 소유자의 4분의3 이상이 동의하면 명도소송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지만 재개발은 명도 소송이 아니라 국가가 갖고 있는 강제수용권(사적 소유 제한)을 조합측에 부여를 한다는 점에서 본안 소송 결과가 상가 조합원들 승소쪽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