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면서 재건축 단지들이 연이어 안전진단 문턱을 넘고 있다. 반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 단지들 중에는 사업을 철회하거나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재 기조가 지속된다면 리모델링의 매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3단지와 4단지 모습. /뉴스1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미리아파트는 지난달 30일 송파구의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44.73점)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됐다. 2021년 9월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된 지난달 5일 이후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단지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3개 단지를 필두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개 단지,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12·13단지, 영등포구 건영 아파트 등이 잇따라 재건축 확정 통보를 받았다.

반면 사업 진행속도가 재건축보다 빨라 한 때 대항마로 떠올랐던 리모델링 사업은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부터 인기가 시들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건축이 빨라질거란 기대감이 생겨서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36곳(10만9986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같은 해 6월 131곳(10만4850가구)에서 고작 5곳(5136가구) 늘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2021년 12월 94곳(6만9085가구)에서 이듬해 6월 131곳(10만4850가구)으로 37곳(3만5765가구)이나 늘어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아예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하거나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도 있다. 강남구 대치2단지는 기존 리모델링 조합과 재건축을 주장하는 반대파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결국 지난해 시공권 입찰을 포기했다. 경기 군포 산본신도시의 세종주공6단지에서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차라리 재건축을 하자는 주장이 나와 리모델링 동의서 철회가 이어지다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해산됐다.

강동구 첫 리모델링 단지였던 둔촌프라자아파트도 지난해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하고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2006년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이후 16년 만에 사업을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성동구 응봉동 대림1차 역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고 지난달 1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리모델링의 인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상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리모델링은 기존 가구수의 15% 이내, 3개 층 이내로 증가 폭이 제한적인데다 가구 간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야 평면을 다양화할 수 있지만 아직은 불가한 상태라 수익성이 떨어진다”면서 “리모델링을 한 단지를 신축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부분도 애매해 재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된 현 시점에서는 매력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도 “재건축 규제가 심했던 시절에는 리모델링의 빠른 진행 속도가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는 그 장점이 없어졌다”면서 “재건축은 커뮤니티 시설 등이 추가되는 장점이 커 앞으로 수요자들은 재건축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