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은 마지막 분양을 한 지 2년도 넘었어요. 오랜만에 분양 물량이 대거 나오다 보니 문의 전화는 꽤 오는데, 예전만큼 청약 열기가 뜨겁진 않네요.”(광명시 A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7일 찾은 경기 광명시 철산동 일대 공인중개소 곳곳에는 이달 분양을 앞둔 아파트들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내걸려있었다. 본격적인 분양절차에 돌입하기 전 청약예정자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인데, 실제 손님이 있는 공인중개소는 찾기 어려웠다.
서울과 맞닿아 있는 경기 광명에 약 2년 반 만에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진행된다. 철산주공 8·9단지를 재건축하는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와 광명 10R구역을 재개발하는 ‘호반써밋 그랜드에비뉴’ 등 총 2124가구가 연내 분양을 앞두고 있다.
광명에선 재작년 광명 14R·15R 재개발 구역(총 2522가구)이 분양한 뒤로 2년 넘게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없었다. 특히 최근 10년간(2012년~2022년 현재) 광명시에 공급된 일반 분양 아파트가 6401가구에 불과할 정도로 광명은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이었다.
이달 분양에 나선 두 단지 모두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게 책정됐다는 특징이 있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의 일반 분양가는 3.3㎡(평)당 평균 2896만원, 호반써밋 그랜드에비뉴는 평당 평균 2446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입주 2년 차인 ‘철산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98㎡의 최근 실거래가는 14억6000만원(3월)이다. 최고가는 재작년 4월의 15억5500만원이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전용 84㎡의 분양가가 9억원대에 수렴할 것을 고려하면, 약 6억원의 차이가 난다.
인근 호가와도 비교해도 분양가는 낮은 편이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입주한 철산동 ‘철산역 롯데캐슬&SK뷰클래스티지’는 전용 84㎡가 14억~16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실거래 된 게 없어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랜만에 분양 시장 큰 장이 열리지만, 이달 분양에 나오는 아파트 단지들의 ‘완판’을 예상하는 공인중개사들은 거의 없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음에도 이달 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분양가가 주민들의 기대치보다 높고,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철산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은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분양가가 2500만원 정도 나올 것을 예상했다”면서 “청약 일정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손님이 10여명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분양가가 비싸서 그런지 청약을 꼭 하겠다고 말하는 손님은 많지 않다”고 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은 건 분명하지만, 바로 옆 아파트 3년 전 분양가와 비교해 약 3년 만에 30% 가까이 올라 청약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재작년 분양한 인근 철산역 롯데캐슬&SK뷰클래스티지의 평균 평당 분양가는 2260만원이었다.
거래절벽으로 광명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청약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광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6.98% 떨어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거래는 물론 전월세 거래도 최근 3개월간 맺어진 게 거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업계에선 앞으로 분양 시장에 나올 정비사업 물량이 많아 청약대기자들의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만 ‘광명뉴타운’ 1R·2R·4R·5R 구역 총 2671가구와 철산 주공 10·11 단지 393가구 등 3000가구 이상이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철산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년에 분양이 될 대규모 단지들도 많아 상황이 안 좋은 지금 굳이 청약을 넣어야 하냐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달 분양하는 단지들 입지가 좋아 미분양 규모가 크지 않겠지만, ‘완판’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