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일대 아파트들의 매매 매물이 유독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속사정을 살펴보니 전반적인 관망세 속에 뒤늦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이 영향을 줬고, 매매가격에 민감한 입주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공인중개업소에서 공개 매물을 줄인 영향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청담고 이전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9일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지난 반 년 간 서울에서 매매 매물이 많이 줄어든 1~10위 단지 중 5곳이 반포에 위치한 아파트다. 신반포2차의 매물은 총 26건으로 6개월 전(82건) 대비 68.3% 급감했다. 신반포2차의 뒤를 이어 신반포자이 매물이 같은 기간 70건에서 24건으로 65.8% 줄었다. 르엘신반포센트럴(79→28건), 아크로리버뷰(71→26건), 반포센트럴자이(52→21건) 등도 매물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뉴스1

지난 반 년 간 서울 전체에서 매매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신반포2차는 현재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건축이 진행 중으로, 조합설립인가까지 난 상태다. 매매 거래는 지난 4월 이후 전무하다. 4월 16일 전용 107.31㎡(10층)가 39억8000만원에 거래된 게 마지막이다. 4월부터 거래가 뜸하던 상황에서 지난 8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게 결정적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실거주가 매수의 필수 조건이 된다.

서초구 잠원동 인근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던 대치동처럼 실거주가 아니면 안되니 일단 찾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면서 “최근에는 청담고 이전이 확정되면서 차익을 기대해 매물을 거두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던 청담고는 내년 하반기 서초구 잠원동 잠원스포츠파크부지에 이전 착공할 계획이다.

다른 아파트 역시 신고된 거래 건수는 극소수다. 신반포자이 전용 84.92㎡가 지난 7월 2일과 4일 각각 35억5000만원(26층), 33억6500만원(13층)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없다. 아크로리버뷰는 전용 78.5㎡(11층)이 지난 지난 7월 20일 40억5000만원에 손바꿈한 이후 거래가 없다. 사라진 매물 상당수는 관망세 속에 상승기를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다만 일부 단지에서는 집주인들이 이웃들의 눈치를 보며 공개적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알음알음 중개소에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 잠원동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 사정상 매물을 내놓고자 하는 집주인들은 꽤 있는데 다른 주민들의 눈길을 의식해 광고를 내지는 않고 있다”면서 “값을 낮춰 매물을 내놓으면 그때 수요자들에게 소개해주는 형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