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청약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분양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전국 미분양 가구수가 위험수위인 5만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어들마저 연달아 힘을 못 쓰자, 침체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일기 시작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전날 1순위 기타지역(서울시 2년 미만 거주자 및 수도권 거주자) 청약에서 3731명이 추가로 신청하며 1순위 평균 경쟁률이 4.7대 1로 집계됐다. 이틀 전의 1순위 당해지역(서울시 거주 2년 이상) 신청자 1만3647명을 더하면 1순위 전체 청약자는 1만7378명에 그쳤다. 당초 ‘10만 청약설’이 나돌았던 것을 생각하면 기대에 크게 밑도는 성적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마련된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방문객들./연합뉴스

청약 일정이 하루 늦게 진행된 장위자이 레디언트 역시 성적이 저조했다. 전날 1순위 당해지역 청약을 진행했는데, 956가구 모집에 2990명이 신청, 평균 3.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49㎡E 타입은 11명 모집에 10명이 신청해 미달됐다.

시장에서는 두 단지의 청약을 앞두고 그 결과가 내년 부동산 시장의 침체의 정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신통치 않은 성적이 나온 것은 금리인상기가 지속하는데다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줄어 청약을 고민하던 이들이 청약통장을 쉽게 꺼내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한 주 전(67.9)보다 1.2p 하락한 66.7을 기록했다. 조사가 시작된 2012년 7월 첫 주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둔촌주공의 경우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와 함께 선호도 낮은 초소형 평형의 물량이 너무 많았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장위뉴타운에서 가장 좋은 위치임에도 시장의 가격 하락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최근 미분양 가구수가 가파르게 느는 와중이라 기대를 모았던 두 단지의 낮은 청약 성적에 시장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미분양 가구수는 4만7217가구로 한 달새 13.5% (5613가구) 증가했다. 이같은 속도라면 미분양 가구수가 곧 ‘위험수위’인 5만가구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올초만 해도 웬만한 입지라면 청약성적이 좋았지만 이제는 청약수요자들이 달라졌다”면서 “재고 시장의 가격이 낮아지다 보니 청약통장을 쓸 때 여러 조건을 신중하게 따져보는 경향이 생겼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더 떨어져 손해볼 지 모른다는 손실회피 심리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면서 “아무리 입지가 좋은 대단지 랜드마크라도 분양가가 싸지 않으면 실수요자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침체된 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번 청약성적이 어느정도 선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실수요가 움직인 것으로, 시장 침체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라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격경쟁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