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인기가 시들해진 민간임대주택에서 미계약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주로 공실이 많이 발생할 때 상가나 오피스에서 등장하던 ‘임대료 무상’ 혜택이 민간임대주택에도 등장하는 모습이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인천 송림동에 들어서는 ‘동인천 파크푸르지오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2562가구)는 최초 계약시 6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않고, 2년 연장할 경우 3개월을 추가로 무상 임대하는 혜택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분양 홍보관 관계자는 “2년 계약을 한 임차인들은 16개월차부터 21개월차까지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며, 계약이 연장되면 무상임대 3개월이 추가로 제공된다”면서 “다만 계약기간을 지키지 않고 중도퇴거할 경우 지원받은 임대료를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단지 전경./조선DB

이 아파트는 지난 9월 청약을 진행했지만 미계약이 속출하면서 현재 선착순 동·호수 지정을 실시하고 있다. 저조한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상임대 조건까지 내건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입주 지정 기간을 기존 3개월내에서 5개월내로 변경해 잔금 납부 기한을 늘렸고, 임대료도 4년간 동결하는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렌트프리는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나 상가에서 주로 볼 수 있었는데 민간임대아파트에 도입한 것은 처음 본다”면서 “이익이 줄더라도 일단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집값 상승기에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 없이 장기간 전세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던 민간임대주택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찬밥 신세가 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셋값과 매맷값이 모두 하락하고 대출이자가 크게 오르면서 저렴한 전세상품이라고 홍보했던 민간임대주택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수백대 1을 기록했던 청약 경쟁률도 고꾸라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청약을 실시한 파주 운정신도시 A31블록 ‘우미린 센터포레’는 일반공급 312가구 모집에 4802건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15.4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청약을 진행한 인천 검단신도시 ‘한신더휴 어반파크’는 일반공급 528가구 모집에 2710건이 접수되면서 경쟁률이 5.1대 1에 불과했다.

시행사가 제공하는 혜택은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올해 5월 첫 청약 후 아직까지 미계약이 남은 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회사의 연대보증으로 임대보증금의 60%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출금리가 5%가 넘을 경우 회사가 부담하는 ‘안심보장제’까지 실시했다. 익산에서 분양하는 10년 민간임대아파트 ‘익산 라송 센트럴카운티’는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한편, 계약갱신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해 자유롭게 퇴거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하락하는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 임차수요가 다시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작년에는 전셋값이 워낙 오르는 통에 보증금 인상률이 5% 이내인 민간임대 주택의 인기도 치솟았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작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세를 구할 수 있어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