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 방침을 발표하며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완화하면 이들이 매물을 회수하고, 나아가 일부는 집을 더 사는 방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시가격을 책정할 때 시세 대비 얼마쯤으로 책정하는지를 말한다. 시세 100원짜리 물건의 공시가격이 70원이라면 현실화율은 70%다. 정부는 내년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작다는 보는 경우가 많았다.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에는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가 여전한데다 1주택자에게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영향 자체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부동산 조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23일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주택 재산세 부과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아파트 공시가격의 2023년 현실화율은 72.7%에서 69.0%로 낮아진다. 단독주택은 60.4%에서 53.6%로, 토지는 74.7%에서 65.5%로 각각 감소한 현실화율을 적용받는다. 재산세 역시 1세대 1주택자들에게는 4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보유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수정한 것은 지난 2년간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커진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번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에 의뢰해 내년 보유세를 추정해본 결과 시세 17억원 수준인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보유세는 기존 445만8225원에서 수정계획을 적용할 경우 361만4281원으로 18.9%(84만3944) 정도 줄어든다. 서초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2.96㎡는 2806만2028원에서 2294만111원으로 18.25%(512만1917원)나 보유세를 덜 내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보유세가 줄어도 다주택자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1주택자의 추가 매수 수요가 늘어나는 등의 영향은 별로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주택자 중과세가 여전한데다 고금리 영향이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

우병탁 팀장은 “1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변화 자체가 적어 변화가 거의 없을 것 같다”면서 “다주택자 역시 급매물을 회수하는 경우가 일부 있겠지만, 여전히 보유세가 몇천만 원 수준인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매물 출회 압박이 다소 줄어 연착륙에 도움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고금리 태풍권에 접어들어 규제 완화가 시장 반전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는 “집값 하락의 낙폭을 다소 줄이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 역시 “이번 조치로 집값 하향 조정보다 공시가격 하향 조정 폭이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로 인한 지자체의 반발과 민간 조세저항 움직임을 줄였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이로 인해 주택 거래량이 되살아나거나 가격이 상승 반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7월 다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세 부담 상한을 단일화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는 상대적으로 급하기 때문에 올해부터 해야 했는데 발표만 해놓고 아직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종부세 부담을 확실히 줄일 수 있는 것은 세법개정안의 빠른 통과”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 자체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장의 가격과 관계없이 과세 기준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문제라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애초에 종부세는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었는데, 일반인들에게까지 적용돼 버리니 조세저항 분위기까지 가게 되는 것”이라면서 “심지어 이번 대책은 2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는 수준의 내용이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합수 교수는 “공시가격은 60여개의 과세 근거로 쓰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금액을 조정하는 것은 조세 감정평가 체계를 흔드는 일”이라며 “시세가 비싸면 비싼 대로, 싸면 싼 대로 일관된 현실화율을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