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을 상가로 용도변경하거나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상가를 짓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단독주택 시장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부촌인 성북동과 평창동 등의 단독주택 가격은 2배도 채 오르지 않는 동안 연남동과 서교동, 성수동 등 근처 상업지가 크게 형성된 곳들의 단독주택 가격이 많게는 5배 가까이 오른 여파다. 단독주택이 상업용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며 주거의 기능을 상실해 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일 종로구 평창동의 단독주택 밀집 지역. /오은선기자

◇성수동 2000만→9000만원 되는 사이 평창동은 1200만→1900만원

8일 조선비즈가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에 의뢰해 집계한 단독·다가구주택 연도별 실거래현황에 따르면 서울 전체 지역 토지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0년 전인 2012년 1520만원선에서 올해 3835만원선으로 2.52배가 됐다.

상승 폭은 지역별로 크게 차이가 났다. 종로구 평창동과 성북구 성북동은 같은 기간 3.3㎡당 토지 평균 매매가격이 각각 1.62배, 1.99배 수준이 되는 데 그쳤다. 평창동은 2012년 1193만원에서 2022년 1959만원으로, 성북동은 같은 기간 1588만원에서 3173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서울 평균에도 못 미친 상승률이다.

반면 평창동과 성북동처럼 단독주택이 밀집해있지만, 기능이 상업지로까지 확대된 지역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합정역과 홍대입구역을 아우르는 마포구 서교동은 같은 기간 3.3㎡당 토지 평균 매매가격이 2.43배(2806만→6843만)가 됐고, 마포구 연남동은 3.72배(1729만→6421만)가 됐다. 성동구 성수동은 4.76배(2017만→9616만)로 뛰기도 했다.

연간 총 거래금액 역시 평창동은 400억대에서 700억대로 느는 데 그쳤고 성북동은 600억대에서 580억대로 오히려 줄었지만, 연남동은 230억대에서 1150억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서교동은 540억에서 1230억으로, 성수동은 210억에서 1990억 규모로 역시 각각 크게 늘었다.

◇'핫한 동네’는 용도변경 위한 단독주택 수요 여전

이처럼 ‘부자 동네’ 지도가 바뀐 이유로는 서교동과 연남동, 성수동 등에서 단독주택을 상업용으로 용도변경하는 수요가 많았던 것이 꼽힌다. 이 일대는 상권이 확대되고 유명세까지 타며 업무상업시설 거래량이 늘었다. 단독주택 역시 상업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 받아 거래된 경우가 많다. 단독주택은 이제 주거의 기능보다 ‘개발 가능한 대지’로 봐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연남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창동이나 성북동이 예전엔 부촌이었지만, 단독주택이 관리도 어렵고 보안도 귀찮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요즘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같은 가격이면 나인원한남이나 마크힐스 등 고급빌라로 옮겨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연남동처럼 주변에 상업 거리가 잘 돼 있거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의 단독주택은 용도변경을 염두에 두고 문의하는 사람이 꾸준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변해 단독주택 거래가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업지 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지로 인식돼 희소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