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착순 분양이 수도권을 넘어 서울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던 무순위청약에서조차 해소되지 않은 가구를 선착순 분양하는 일은 최근 수 년 동안 수도권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리인상과 거래절벽의 여파로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양가가 매력적이지 않은 단지 위주로 선착순 분양 물량도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착순 분양 물량을 계약할 때 주변 단지의 시세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는 지난 10월 29일부터 502가구에 대한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 단지는 청약 당첨자들이 줄줄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508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6명밖에 신청하지 않자 선착순 분양으로 넘어갔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선착순 분양은 서울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도 미분양 물량을 선착순으로 분양하는 중이다. 청약에서 10.7대 1 경쟁률 기록했지만, 미계약이 잇따르면서 10월 초부터 선착순 분양을 시작했다. 분양 관계자는 “현재 80㎡와 84㎡만 남긴 했지만 아직 물량이 남아있어 고층도 계약할 수 있다”고 했다.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역시 전용 84㎡가 120가구 모집에 19명만 신청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 미달, 선착순 분양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지방에서 먼저 늘었다. 대구 수성구의 범어 자이, 음성 푸르지오 마크베르 등 상위권 건설사가 짓는 지역 내 주요 단지에서도 선착순 분양이 진행 중이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선착순 분양으로 계약할 경우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 무주택자로 간주된다고 홍보해왔다. 지역의 한 분양 관계자는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비규제지역이기 때문에 분양권 상태로는 주택 수에 포함이 안 된다”면서 “투자 목적으로도 문의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이나 수도권 등에서는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이더라도 2순위에서 마감됐다면 주택 수로 산정하기 때문에 유의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분양가다. 최근 미계약이 발생해 선착순 분양이 진행된 단지들은 대부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아 분양가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거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단지가 많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선착순 분양 단지를 볼 때는 주변시세가 가장 중요한데, 시세보다 정말 싸게 나온건지를 봐야한다”면서 “지금은 유주택자보단 무주택자들이 들어가는 시장인데 금리가 높은 상황인 만큼 주변시세보다 저렴하지 않으면 이점이 없다”고 했다.

다만 시세보다 비싸지 않다면 이점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의왕시 같은 경우 수요층 관점에서 본다면 1~2년 뒤 나올 단지들이 현재 분양가수준보다 더 낮게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미분양 이후 계약자가 생긴 단지들은 할인분양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