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상가에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재건축 상가조합원의 부담금을 줄여주면서 상가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둔촌주공 사태처럼 상가조합원의 문제가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의 A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상가 소유주도 권리가액에 따라 아파트를 배정하기로 했다. 서초구청이 재건축 과정에 상가를 짓지 못하게 하자 상가 조합원에게도 아파트 입주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조선DB

서초구에는 서초그랑자이(구 무지개아파트)와 래미안리더스원(서초우성 1차), 래미안에스티지S(서초우성 2차) 등 재건축이 이미 추진된 단지들이 있다. 앞선 사례 덕분에 사업성이 주목받던 A아파트 단지는 이번 결정으로 상가 소유주도 아파트를 배정받게 되면서 상가 매물이 투자처로 부상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25평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액 1억원짜리 전용 11㎡ 상가는 추가 분담금으로 10억원을 내야 하는데도 호가가 11억5000만원선으로 상당히 높게 형성돼있다”면서 “지난 2020년 상가조합원에게 입주권을 준 신반포2차 조합 이후 강남권 조합에서 상가입주권을 주기로 한 사례가 많지 않아 매도자가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상 단지 내 상가 조합원은 아파트 재건축이 추진될 경우 새로 짓는 상가의 분양권을 받는다. 그러나 재건축 과정에 상가를 짓지 않기로 하거나, 권리차액(상가 조합원 신규 분양가-종전 재산가액) 등이 조합이 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조합 정관에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돼있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지난 8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상가 조합원의 부담금을 줄여주기로 하면서 상가의 투자 가치는 높아진 상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반영되지 않던 상가 시세도 부담금 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김세웅 압구정케빈중개법인 대표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기는 했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상가 매수문의가 한 달에도 10건 이상 들어왔다”면서 “강남권 핵심단지와 분당 등 1기 신도시 등 위주로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재건축 단지 내 상가로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점을 활용해 분할등기를 통해 소유자를 여러 명 만들어 소유자 각각이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속칭 ‘지분 쪼개기’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최근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건축 이전 둔촌주공 상가는 점포 309실을 조합원 287명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530여 명이 상가 지분권자로 등록돼있고, 전체 상가 중 187실만 단독소유다. 나머지 122실은 350여 명의 지분권자가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상가 지분 소유자가 늘어나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주택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연구결과 2003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재건축 사업 상가 관련 소송은 73건에 달했고, 상가조합원과 이익 배분 등에서 갈등이 빚어져 사업이 수년간 지체된 사례도 있었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원베일리의 한 조합원은 “재건축 단지의 상가 하나를 사고 이후 쪼개서 2~3명이 지분을 나누면 10억원이 안 되는 돈으로도 아파트 입주권을 얻을 수 있다”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사람이 늘면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어 아파트 조합원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가 조합원이 늘면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매각수익도 감소한다”면서 “이 경우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 사업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