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한 울산 중구 B04 재개발 사업에 건설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공사비 규모만 1조원에 달해 하반기 지방 정비사업 ‘최대어’로 불리는 데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15년 만에 펼쳐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 각사 제공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진행된 B04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롯데건설 세 곳이 참여했다. 세 회사는 지난 달 열린 1차 현장설명회에도 참여한 바 있다. B04 주택 재개발 사업 조합은 지난 달 말 시공사 선정을 위한 1차 입찰을 진행했으나, 참여한 곳이 한 군 데도 없어 유찰됐다.

당시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설명회 이후 입찰까지 남은 기간이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면서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데 시간이 부족해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후 준비를 열심히 해 2차 입찰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B0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은 중구 B04(북정·교동)구역 교동 일대 구도심을 재개발해 공동주택 4080가구(임대주택 206가구 포함)를 짓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만 1조원을 웃돌고 조합원 물량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만 약 2800가구에 달해 ‘알짜 사업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당초 이 사업지의 시공권은 롯데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이 갖고 있었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시공사가 조합의 고급 주택 브랜드 사용 요구를 거부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조합은 결국 지난 6월 총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업계는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맞대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가 마지막으로 정비사업장에서 대결을 펼친 건 지난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 때다. 당시 ‘단독주택 재건축 1호’로 관심을 받았던 재건축 사업 시공권은 대림산업(현 DL이앤씨)·대우건설·삼성물산·현대건설의 경쟁 끝에 현대건설이 가져갔다.

삼성물산이 유리한 점은 시공능력평가 1위라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9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은 2015년 서울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도시정비사업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2020년부터 다시 수주전에 등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울산이 ‘현대의 본진’이라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울산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공장 등이 있다. 현대건설은 정비사업장에서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삼성물산과 달리 공격적인 수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수주액만 7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현대건설은 B0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에 울산 지역 최초로 고급 주택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이 2015년 선보인 프리미엄 주택브랜드로, 입지 등 엄격한 기준에 의한 심사를 통과한 곳에만 적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광역시 핵심 입지에만 적용돼 현재까지 적용된 단지가 20여개에 불과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B04구역 사업장 규모가 워낙 커 대형건설사들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일찍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대결구도가 형성됐다”면서 “업계 1·2위가 경쟁을 펼치는 데다 현대의 본거지인 울산이기 때문에 수주전에 참여할 생각을 거의 안 한 거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