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서 경매 물건에 대한 관심도 차갑게 식고있다. 인기가 많은 재건축 단지는 물론 강남권 아파트까지도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1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매로 나온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전용 58㎡짜리 아파트가 3차례 유찰 끝에 지난달 23일 6억199만원에 매각됐다. 최초 감정가 8억원과 비교해 2억원 저렴한 가격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뉴스1

총 16개동·1944가구로 구성된 상계주공11단지는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진단비를 모금하고 있다. 새정부 출범 후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곳인데도 1차 경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강남권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56.9㎡짜리 아파트는 지난달 30일 1차 경매에서 유찰돼 다음달 4일 2차 경매에 들어간다. 2차 경매의 최저매각가격은 41억3600만원으로, 감정가격 51억7000만원의 80% 수준이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 금호어울림1차 전용 102㎡짜리 아파트도 지난 7월 2차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3차 경매에서는 감정가 12억4000만원대비 4억4000만원가량 낮은 7억9360만원이 최저입찰가가 될 예정이다.

인기 고가 아파트도 유찰을 피하지 못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84㎡짜리 아파트는 1차 경매에서 유찰된 끝에 지난 6일 낙찰됐다. 그나마 2차 경매에서는 입찰자가 16명 몰리면서 감정가격 23억1000만원에 근접한 22억6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는 지난해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경매로 수요가 몰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통상 경매로 나온 매물의 감정평가는 경매 개시 6개월~1년 전에 진행되므로, 부동산 상승기에는 감정가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수 차례 유찰을 거쳐 경매물건이 낙찰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는 아파트 경매가 총 74건 진행됐는데 이 중 27건만 낙찰되면서 낙찰률은 36.5%로 집계됐다. 작년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률 69.6%의 절반 수준이다.

낙찰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전월대비 2.9%포인트 하락한 93.7%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3월(83.3%) 이후 최저치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권리관계상 문제가 없는 물건이 1회 경매에서 낙찰되지 않고 수 차례 유찰을 거치는 현상이 최근들어 심해지고 있다”면서 “과거 물건 자체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아파트도 인기가 예전만 못해 수 차례 입찰을 거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