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전북 군산의 집값 상승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른 지역 집값이 빠르게 오를 때도 군산 집값이 비교적 잠잠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 중인 전북 군산 째보선창가의 모습 / 뉴스1

19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동향에 따르면, 7월 전북 군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18%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로, 같은 기간 전북 평균 상승률(0.40%)을 3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0.2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기준으로도 8월 둘째 주 군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8% 상승해 전북은 물론 전국에서 가장 상승폭이 컸다. 군산 아파트 가격은 재작년 7월 첫째 주 상승 전환한 뒤 110주째 보합 내지 상승세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말 대비 올해 누적 상승률은 4.90%에 달한다.

군산 아파트값은 지난 집값 급등기에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7~2020년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7.3%, 수도권이 16.0% 오를 때 군산의 아파트값은 오히려 11.4% 떨어졌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약세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북 평균 하락폭(2.1%)의 5배 수준이다.

군산 집값이 반전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군산공장 문을 닫았던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호황을 맞아 내년부터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공장 가동 중단과 군산의 아파트값 하락은 맞물려 나타났었다.

군산 곳곳에서 여러 개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신도시 개발사업인 ‘디오션시티’, 군산 기차역 인근을 개발하는 ‘군산 신역세권 개발 사업’,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 공장 재가동에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일자리가 늘면서 군산 지역 경제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근 전주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풍선 효과’로 군산으로 투자심리가 몰린 영향도 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전주와 달리 군산은 비규제지역이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최고 60%까지 적용되고,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은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실제 올해 상반기(1~6월) 군산 아파트 매매량 2524건 중 41.5%인 1047건이 외지인이 매입한 것이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군산 아파트 매매량 중 외지인 매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34.4%에 불과했으나 작년 하반기 37%로 높아지더니 올해는 40%대를 넘어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군산 아파트값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군산의 입주 물량은 993가구로 적정 물량인 1318가구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내년에도 단 771가구의 입주만 예정된 상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군산에서 진행 중인 새만금 개발 사업 등 여러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일자리와 주택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공급은 거의 없는 상태”라며 “개발 호재와 공급 부족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세가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