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네이버지도 캡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은 지난해 말 시작된 매각 절차를 올 초 완료했다. 이 호텔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었다. 공시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2020년 1억9016만원 흑자에서 지난해 4억7482만원 전자로 전환됐다. 결국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부동산 디벨로퍼 미래인이 4086억원에 매입했다. 미래인은 호텔을 헐고 그 자리에 고급 주거시설을 지을 계획인 걸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상의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의 매매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프리마호텔을 포함한 호텔 거래만 활발히 이뤄진 걸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실적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매물로 나온 호텔을 사들인 후 헐고 대신 수익성 높은 주택이나 오피스 건물로 개발하려는 투자 수요가 늘어난 걸로 분석된다.

25일 조선비즈가 KB증권으로부터 받은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오피스·물류센터·리테일·호텔) 중 호텔만 지난해 상반기보다 거래액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호텔의 거래액은 3조353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519억원)보다 6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대비 호텔의 거래액 비중은 8%에서 14%로 커졌다. 거래액과 거래 비중 모두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래 역대 최대다.

호텔 거래액의 성장은 상업용 부동산 전체 거래액의 변화와 다른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세 차례(1, 4, 5월)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은 매수자의 대출 이자 부담을 키웠고 결국 주택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거래도 위축시켰다.

RCA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총 23조997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5조5757억원)보다 6% 감소했다. 거래액 비중이 가장 큰 오피스는 같은 기간 13조1662억원에서 10조5057억원으로 20% 줄었다. 국내 프롭테크 업체 알스퀘어의 자체 분석 결과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27%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 산업이 침체하면서 호텔 객실 공실률은 치솟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임차 수요가 늘어난 오피스에 비해 기대수익이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부 호텔들이 실적 악화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이를 매입해 주거시설, 복합시설 오피스 등으로 개발하려는 수요가 생기면서 오히려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특히 매매는 줄었지만 서울에선 여전히 제로(0)에 가까운 공실률을 유지하고 공급은 부족한 오피스로 용도변경을 하면 안정적인 임차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개발 목적의 매물로 호텔이 특히 인기 있는 이유는 부지의 입지가 좋고 개발이 수월할 거란 기대가 있어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호텔은 보통 도심 한가운데 상업지역에 있다. 입지가 보장되고 용적률이 높기 때문에 주택이나 오피스로 개발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크다”면서 “개발을 위해 용도변경을 추진할 때도 주택처럼 입주민들의 동의를 하나하나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허가와 민원 대응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호텔 부지는 도심에 있어 어느 정도 사업성이 담보돼 있다”면서 “도심 안에서 그 정도 부지를 개발하려면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데 그런 문제도 적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매매가 1조1000억원 규모의 밀레니엄힐튼, 르메르디앙, 이태원 크라운 호텔을 매입해 주거나 오피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김미숙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호텔들이 주거시설이나 복합시설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걸로 전망된다”면서 “호텔 거래도 한동안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