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가격보다 비싼 값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에서는 이미 아파트마저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넘어서는 일이 드물지 않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나타난 일이다. 갭투자로 집을 구매한 사람이 차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2일 아실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 길동의 강동와이시티 전용 13㎡(18층)는 지난달 3일 1억7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약 일주일 전인 5월 27일의 매매금액인 1억1900만원 대비 5100만원이나 높은 가격으로 전세계약이 맺어진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밀집지역./뉴스1

같은 길동의 강동큐브2차 전용 14㎡(10층)도 지난달 22일 1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5월 3일의 매매가격(1억500만)보다 4500만원 비싸다. 서초구 서초동의 강남역푸르지오시티 또한 지난달 7일 2억원에 전세거래를 체결했는데, 이는 지난 5월 4일의 매매가격(1억9900만원)보다 100만원 비싼 가격이었다.

서울에서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가격보다 비싼 전세 사례가 등장하고 있지만, 지방이나 수도권 일대에서는 아파트 전세계약도 매매가격보다 더 비싼 사례가 적지 않다.

경기 시흥시 장곡동 블리스아파트 전용 80㎡(14층)의 경우 지난 4월23일 1억9200만원에 매수해 5월28일 2억3500만원에 전세를 놨다. 인천 부평구 부평동 동명코아 아파트 34.78㎡(3층)는 지난 6월21일 1억200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해, 7월18일 1억7500만원 전세계약을 맺었다.

경북 경주시 용강동에서는 두산위브 트레지움 84㎡(18층)의 전세가 지난 6월 13일 4억1000만원에 나갔는데, 이는 나흘전인 같은 달 9일 3억502만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던 물건이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무려 1억498만원이나 비싸게 책정된 셈이다.

이는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음에도 매매시장 분위기이는 급랭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상회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처럼 ‘깡통주택’ 사례가 확산할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1595건, 금액기준으로는 3407억원이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주택은 가격하락기에 하방위험이 더 큰 주택들”이라면서 “세입자들은 전세금보증보험을 가입하거나 선순위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