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에게 중과됐던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율을 일반세율로 낮췄다. 문재인 정부가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으로 세금을 물리기 시작한 2018년 이전 수준으로 과세 정책이 회귀한 것이다.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주택 보유 심리가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이날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종부세율은 현행 1.2%~6%에서 0.5%~2.7%로 큰 폭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2주택자와 3주택 이상자에게 적용되던 세율이 달랐지만, 이번 개편안으로 주택 수와 상관 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3%~6%인 법인의 주택분 종부세율도 2.7%로 낮아졌다.

세부담 상한도 낮아졌다. 세부담 상한은 전년보다 산출세액이 아무리 많이 늘더라도 실제 부과는 일정 수준 이하로 한다고 정해둔 상한선이다. 갑자기 세부담이 너무 크게 느는 것을 막는 장치다.

현재 1주택자는 전년 세액 대비 150%, 조정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300%의 세 부담 상한을 적용받는다. 조정지역 2주택자의 경우 당초 200%에서 300%로 상한이 올라 세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주택 수와 상관 없이 150%의 세 부담 상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법인은 상한 없는 규제를 계속 받게 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은 크게 줄게 될 전망이다. 본지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 고가주택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올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두 채 모두 가액이 높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두 채 중 한 채는 가액이 낮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보다 세금 절감의 효과를 소폭 더 누린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이 올해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는 8797만원이다. 그러나 세제개편안의 적용을 받으면 올해 공시가격 기준 종부세는 4241만원으로 51.8% 줄어든다. 실제 줄어드는 건 내년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와 대전유성죽동푸르지오 전용 84㎡를 보유한 사람의 종부세는 2517만원에서 1226만원으로 51.3% 감소한다.

그래픽=손민균

강남권 주택만 3채 보유한 사람은 억대에 이르는 세금을 절감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12㎡),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 송파구 잠실 5단지(전용 82㎡) 등 3주택을 보유한 경우 내야 하는 보유세는 올해 3억1690만원이다. 이 중 종부세가 2억8964만원인데, 세제 개편에 따라 올해 공시가격 기준 종부세가 1억5246만원으로 줄어 이 사람이 내야 하는 보유세는 1억7972만원으로 52.8%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매물 처분에 대한 압박을 덜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이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면서 “특히 입지가 좋은 곳의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은 이번 종부세 경감으로 매각보다 보유를 택할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고 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급등으로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이 줄어들면서 집을 처분해야 한다는 다주택자들의 심리적 압박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면서 “주택 수에 상관 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여러 채를 팔아 비싼 집 한 채를 사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둔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세부담 상한 완화의 경우 당장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종부세로 1억원을 낸다고 가정하면, 세율 조정으로 앞으로 내야 할 종부세가 최대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세부담 상한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면서 “당장 세부담 상한을 내린 효과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최대 300%에 달했던 비정상적인 상한선을 내린 것은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