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운정3지구 A23블록 조감도. /LH 제공

# 수도권 공공택지 중 한 곳인 경기 파주운정3지구 A23블록이 지난 15일 본청약 공고를 냈다. 입주예정일은 2026년 2월이다. 지난해 10월 사전청약 공고 당시 공지됐던 입주예정일은 2024년 10월이었다. 그 사이 1년 4개월이 늦춰진 것이다. 전체 1012가구 중 835가구에 해당하는 입주예약자(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최근에야 연기 사실을 통보받은 걸로 전해졌다.

# 이에 앞서 양주회천지구 A24블록은 지난해 11월 사전청약 공고 당시 입주예정일을 2024년 1월로 내걸었다. 지난달 본청약 공고상 입주예정일은 5개월 늦은 2024년 6월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사전청약을 진행했던 수도권 공공택지들이 당초 입주 계획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입주 계획이 바뀌면 입주예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난해 사전청약 제도가 도입될 당시 제기됐었는데, 이런 우려가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사전청약을 진행한 수도권 공공택지 중 본청약 공고가 나와 입주예정일이 확정된 곳은 파주운정3지구 A23블록과 양주회천지구 A24블록 등 2곳이다. 2곳 모두 입주예정일이 사전청약 때의 잠정 일정보다 수개월에서 1년 이상 늦어진 것이다.

사전청약은 지난 정부가 주택 수요를 미리 분산시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본청약보다 1~2년 앞당겨 미리 청약을 받는 제도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택지 3만200가구가 사전청약을 진행했다. 파주운정3지구는 지난해 10월, 양주회천지구는 지난해 11월에 진행했다.

사전청약은 착공 전에 입주예정일을 잠정적으로 안내하기 때문에 본청약 때 확정되는 입주예정일과 다를 수 있다. 사전청약의 입주예정일은 참고사항일 뿐이므로 일정이 바뀌어도 LH와 시공사에게 입주지연보상금 부과 등 법적 책임이 따르진 않는다. 다만 이 차이가 지나치게 크면 입주 때까지 전세를 살면서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 입주예약자들이 이사나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지는 등의 불편을 겪고 전세 난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지난해 사전청약 주요입지. /LH 제공

LH 관계자는 입주예정일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급 차질이 있고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근무 일수가 줄어드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전청약과 본청약 당시 상황이 급격하게 변한 부분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공사와 입주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시공사들이 예상치 못한 여러 공사 차질 문제를 겪으면서 입주예정일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LH는 입주 일정 변동으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사전청약은 말그대로 본청약 전에 기본적인 내용을 개략적으로 추정해서 안내하는 것”이라면서 “사전청약 공고문에도 이런 이유로 입주예정일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안내했다. 당첨을 철회해도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공을 맡은 일부 건설사는 공사 차질로 인한 준공·입주 지연을 인정하면서도, 착공 전 사전청약 공고에 맞춰 입주예정일을 섣부르게 정하느라 입주예약자에게 혼란을 더 야기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공사와 인허가 일정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데 이런 정리가 덜 된 상태에서 입주예정일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사 차질뿐 아니라 3기 신도시 고양창릉처럼 토지보상 작업이 지체돼 착공부터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사전청약이 도입 취지대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취지를 살리려면 정부가 사전청약과 본청약 간 입주 일정 간극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도 “실제 입주가 늦어지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당첨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사전청약의 본래 취지도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공급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