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와 커뮤니티를 고급화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홍보하는 ‘하이엔드(최고급) 오피스텔’ 상당수가 주차시설 만큼은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식 주차장을 공동주택(아파트)만큼 확보하려면 지하를 더 파내 주차장을 만들야 하는데 공사비 부담이 크다 보니 주차장을 충분히 만들지 못한 결과다. 부동산 시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지적이 나올까봐 기계식 주차장으로 주차 공간을 더 확보하거나 발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 = 손민균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로에 위치한 A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3.3㎡당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올 초 분양에 나선 청담동 B오피스텔도 3.3㎡ 1억5000만원대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이는 강남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인 3.3㎡당 8380만원의 약 2배 수준이다.

분양가가 비싼 만큼 이들이 표방하는 것은 최고급 오피스텔이다. 하지만 가구 당 주차 수 상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A오피스텔의 가구 당 주차대수는 1.14대(1단지), 1.18대(2단지)다. B오피스텔의 경우는 1.3대다.

아파트의 경우 초고가로 분류되는 곳들의 주차대수는 가구 당 2대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 한남의 가구당 주차대수는 4.67대다. 길 건너 한남더힐의 가구당 주차대수는 2.89대다.

고가 공동주택의 상황도 비슷하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3.3㎡당 1억원을 넘긴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는 가구당 주차대수는 1.78대, 건너편 반포자이의 가구 당 주차대수도 1.78대다. 서초 무지개 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 그랑자이의 주차대 수는 가구 당 2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공동주택을 지을 때 건설비 등을 전부 감안하면 시행사나 시공사 입장에선 가구당 주차대수를 1.3대 1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가구 당 1.5대만 넘어가도 지하 터파기가 더 들어가야 하는데 비용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물며 가구 수가 적은 오피스텔에 그 이상 지하주차장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분양 호실을 줄여 주자창 공간을 더 확보하는 수 밖에 없지만, 이렇게 하면 수익이 많이 줄어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초고가 오피스텔로 사업 모델을 정했을텐데, 주차장까지 최고급 아파트 수준에 맞추면 사업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가구 당 주차대수 1:1을 겨우 맞추거나 이에 못미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들어서는 C오피스텔은 전체 337실 중에 자주식 주차 174대와 기계식 주차 173대를 갖췄다. 가구당 1:1 비율이다. 이 오피스텔 분양가는 전용면적 50㎡가 13억3204만~19억1650만원이고 70㎡는 25억366만~28억1650만원에 달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18길 60, 옛 유승사우나 부지에 들어선 오피스텔 D도 비슷한 경우다. D오피스텔의 전용면적 19㎡ 분양가는 5억원대, 28㎡ 분양가는 8억원대, 전용면적 40㎡ 11억원대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 4층~지상 23층 2동 총 330실로 꾸려졌지만 주차시설은 기계식 197대와 자주식 21대 등 총 218대에 그친다. 가구당 주차대수는 0.66대다. 오피스텔 법정 주차장 확보비율(0.6)을 겨우 맞춘 셈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계식 주차엔 고가 수입차를 주차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부유층을 수요로 둔 초고가 오피스텔이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시행업계에서는 기계식 주차장 설치는 그나마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선 흔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분양 대행사가 준공 후 1~3년 발레서비스 제공을 광고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발레 서비스 무료 제공기간이 끝나면 운영비는 공동 관리비나 세대별 관리비로 부과된다.

E 시행사의 관계자는 “주차장 운영업체가 있어야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오피스텔인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결국 나중에 사용자가 주차장 운영업체 수수료까지 내야 하는 것이라면 사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동주택의 주차장 문제가 도시 생활의 핵심 분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동주택 주차대수 관련 규정은 20년이 넘도록 변화가 없다. 1996년 가구 당 산정기준의 셈범을 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포함하고, 2010년 7월 지역별로 85㎡를 기준으로 세분화한 전용면적당 산정기준이 적용한 정도다. 오히려 역세권 청년주택 제도를 보면 주택 공급의 시급성에 밀려 주차장 설치 기준을 낮추는 추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젊은 층을 수요로 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주차장 요건을 삭제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도시 중요 문제를 간과한 처사”라면서 “주차장 요건을 현실적으로 손질할 때가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