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집중되던 물류센터 수요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지방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충청권에 이어 최근에는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을 타깃으로 하는 영남권 물류센터가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충청·영남지역에 물류센터를 짓는 대형 이커머스 기업이 늘고 있다. 익일 배송을 넘어선 당일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물량을 신속하게 배송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물류센터 건설에 뛰어든 것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코지마 물류센터 전경./코지마 제공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지난 4월 경남 창원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일대에 4만7276㎡ 규모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6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컬리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물류센터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2024년 하반기까지 충북 제천시 제3산업단지에 1200억원가량을 투자해 8만6891㎡ 규모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쿠팡측은 센터 완공 시 충청도와 수도권 지역물류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물류센터는 주로 수도권에 지어졌고 거래도 수도권 위주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상업용부동산 데이터 전문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물류센터는 공사 중인 곳을 포함해 총 1만3000개에 달하는데, 이 중 경기도에 5300여개가 밀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켓컬리와 쿠팡 등 ‘라스트마일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지역 기반 물류센터로도 관심이 쏠렸다. 최근에는 경기도와 인천 등을 중심으로 물류센터 공급포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아직 공급이 부족한 충청·영남권 등 지방으로 투자수요도 옮겨가는 추세다.

이런 조짐은 작년부터 나타났다.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량도 늘고 고가에 팔리는 사례도 증가한 것이다. 충북에서는 진천과 제천 등지에서, 영남권은 양산과 칠곡, 경산에서 매매 체결 사례가 나타났다.

작년 8월 KB부동산신탁은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 있는 상온·저온 복합 물류센터를 약 800억원에 매입했다. 이 센터의 연면적이 3만7457㎡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가격은 704만원 수준이었다.

작년 4월에는 경남 양산에 위치한 CJ프레시웨이 물류센터 부지를 물류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ADF자산운용이 3.3㎡당 1025만원에 매입했다. 매입 당시 경기도 이천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 1063만원과 비슷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쿠시맨엔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2015~2021년간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물류센터가 거래된 지역은 7곳이었다. 대부분은 충청·영남권이었다. 바로자산운용이 매입한 경북 김천 유한킴벌리 상온 물류창고가 대표적인 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탁사 관계자는 “비수도권, 특히 영남권 쪽에 물류센터 수요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투자가치를 따져본 바 있다”면서 “최근 수요가 늘고 있어 이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영남권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여러 신탁사에서 지방 물류센터를 매력적인 자산으로 보고있어 실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