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이 추진했던 초등학교 신설(가칭 방배2초등학교)이 무산될 위기다. 교육당국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근 초등학교가 과밀 학교도 아니라는 이유로 중장기 계획으로 넘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라서다. 조합은 기부채납 비율 등을 감안해 정비계획 변경을 검토 중이다.

그래픽=손민균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조합은 기부채납 제도를 활용해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를 새로 유치하려고 했으나 결국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

조합은 초등학교 부지(학교용지)를 공공시설물로 바꾸는 중대한 정비계획 변경을 예정하고 있다. 방배5구역 조합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로 초등학교 신설이 쉽지 않아 구청 및 시청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어떤 시설이 새로 들어올 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방배동 인근 주민들은 초등학교 과밀화를 우려하고 있다. 방배 5구역은 총 3080가구 대단지로 지어진다. 5구역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14구역과 15구역에 들어서는 2000가구까지 감안하면 5000가구가 새로 들어선다. 길 건너 6구역은 1000가구 규모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체 12개 구역에 1만 가구가 들어선다. 방배 노후 주택단지가 일종의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 하는 셈”이라면서 “초등학교가 생기면 아무래도 교육환경이 좋아지고, 방배5구역 입주자 입장에서는 편의가 극대화되는 만큼 조합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배5구역 조합원들의 실제 반응도 그렇다. 5구역 안에 초등학교를 넣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별명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방배5구역 조합원은 “초등학교를 대체할 만한 공공시설이 있을까 싶다”면서 “나중에 인근 초등학교가 과밀일 경우 딱히 대응할 방법도 없는데 교육청이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고 했다.

방배 5구역 내에 이미 초등학교 부지가 예정돼 있는 것은 알지만, 교육청도 당장 신설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는 2개의 근린주거구역 단위에 1개의 비율로 배치하게 돼 있는데, 방배 재건축 사업지 일대에는 이미 이수초등학교와 방배초등학교, 방일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관할 교육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하는 경우엔 기준보다 학교를 더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게다가 현재 시점에서 인근 초등학교들이 과밀 초등학교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초등학교 신설은 인구 밀도와 가구 당 인구 수, 진학률, 주거형태 등을 전부 감안해 결정하는 중장기 계획”이라면서 “사실 조합에서 해당 위치의 초등학교 설립 여부에 대해 교육지원청과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한 적도 없어 구체적으로 검토되지도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