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평이냐. 33평이냐.’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 르엘의 평형 표기법을 둘러싸고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년 전 입주한 바로 옆 단지와 전용면적은 같은데 2평이 적게 표기되는 것 때문에 재산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서다.

이와 같은 논란은 최근 몇년새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급면적과 전용면적, 공용면적의 차이에, 평형 표기법과 제곱미터(㎡) 표기법이 혼동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했다.

일러스트 = 이은현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르엘 소유주를 중심으로 일부 공인중개업소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반포 르엘 전용면적 84㎡를 33평으로 표기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는 바로 옆 단지인 반포 센트럴 자이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35평으로 표기된다는 점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전용면적은 같은데 두 평이나 작게 표기되는 것이 전·월세를 놓을 때나 매매할 때 상대적 저평가를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 것이다.

르엘의 한 소유주는 “전용면적을 보면 되는데, 분양가를 산정할 때나 신경쓰는 분양면적으로 35평이니 33평이니 논란을 붙여놨다”면서 “평당 얼마인지 매매가나 전세가를 계산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라 옆 단지와 통일됐으면 한다”고 했다.

소유주들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에게 전용면적으로 표기해달라는 의사 표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인근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블로그에 33평이라고 기입했다가, 전용면적 84㎡라고 표기하라는 의견을 여러 통로로 받고 있다”면서 “‘전세계약을 중개하려면 소유주들 마음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느냐’는 소유주 목소리를 이 동네 공인중개업소들이 여럿 들었고, 의견대로 고쳐뒀다”고 했다.

주거 전용면적이 같은데 평형 표기법이 다른 것은 주거 공용면적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주거 전용면적은 방이나 거실 등 소유자가 독점 사용하는 공간의 면적을 뜻한다. 주거 공용면적은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 등 공동주택에서 다른 가구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의 면적이다.

공급면적은 이 둘을 합친 면적이다. 반포 르엘의 공급면적(110.51㎡)이 반포 센트럴 자이의 공급면적(115.73㎡)보다 약 5.2㎡ 정도 작다. 전용률도 각각 76%와 73%로 다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은 공급면적을 중심으로 평형을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바로 이웃한 옆 단지라 인프라나 교육, 학군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전·월세 계약 기간이 소폭 겹치면서 소유주간 예민함이 더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반포의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센트럴 자이는 2020년 4월부터 입주했고 반포 르엘은 올해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된다”면서 “짝수년도마다 같은 입지의 아파트가 세입자를 구하는 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2평이나 작게 표기되는 것은 소유주 입장에서 수정을 요구할만큼 우려스러운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평형은 주로 공용 주거면적까지 포함한 분양면적을 논할 때, 제곱미터는 주거 전용면적만을 논할 때 사용하다보니 혼돈이 좀 있다”면서 “또 여전히 평당 1억원을 돌파했다는 식으로 집값을 이야기하다보니 이런 논란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주택 면적 단위는 2007년 이전까지 ‘평’으로 통일해 표시됐만 이후부터는 ㎡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혼용돼 3.3㎡를 1평으로 다시 계산해 쓰는 경우도 많다.

이런 논쟁은 최근 들어 잦은 편이다. 주로 비슷한 입지에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가 생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때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전용면적 59㎡가 26평인 신축 아파트 인근 주민들이 공급면적 기준으로 통일해서 26평으로 광고해주거나, 전용면적 59㎡로 표기해 달라고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요구하는 식이다. 통상은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를 통해 의견이 전달된다. 당시 입주자들 사이에선 재건축 정비조합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강동구의 한 신축아파트 조합원은 “재건축 과정에서 옆 단지의 공용면적이 얼마고, 우리 단지는 얼마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면서 “커뮤니티 시설에 무엇이 추가된다는 정도의 소식만 소식지로 전달받을 정도였고, 그 때 좀 더 잘 알았다면 공용면적도 옆 단지처럼 키울 방법은 없는지 더 고민해보자고 했을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매매나 전월세를 구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부분 사람들의 전 재산이 들어간 집값에 예민할 수 밖에 없지만, 최근 몇년새 부동산 급등기가 이어지면서 집값 책정이나 관련 정보 제공에 다들 민감해졌다”면서 “다만 이는 전용면적이 같은 신축 아파트에서 생기는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포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에서는 공급면적 크기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하되 커뮤니티 시설 수준과 주차장 확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