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조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오피스텔에서도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일부 수익성이 높은 단지에는 여전히 ‘묻지마 청약’이 몰리고 있다. 이런 곳에선 부적격자가 당첨되는 것을 우려한 일부 시행사들이 ‘허수’를 가려내기 위해 청약금을 높이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미계약이 발생할 위험이 있더라도 실수요자를 가려 분양 속도를 높이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감일지구에서 분양한 더챔버 파크로지아 오피스텔은 청약금을 1000만원으로 내걸고 청약을 진행했다. 전용면적 42~47㎡ 짜리로 구성 이 단지의 분양가는 6억원 중반~7억원 중반 수준이다. 통상 분양가의 1%를 청약금(600만원)으로 거는 점을 감안하면 청약금이 상당히 높게 책정됐다.

서울 지역의 한 오피스텔 밀집지역 전경/뉴스1

이 단지는 감일역 바로 앞에 위치한 역세권이다. 향후 3호선이 연장되는 등 호재가 있다. 특히 100실 미만으로 구성돼 전매제한과 대출규제에 적용되지 않고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금리 인상 등 문제로 상당수 오피스텔 분양현장에서 청약금을 아예 받지 않거나 30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청약금이 높은 편이다.

다른 단지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작년 12월 경기도 하남시에서 분양한 미사 헤리움 2차 오피스텔(전용 42㎡)도 청약금을 1000만원으로 걸었다. 분양가가 5억원대로 책정된 점을 감안하면 청약금이 분양가의 2%에 달했는데, 이 단지는 청약금을 빨리 입금해야 분양 자격이 주어지는 일명 ‘초치기 방식’까지 사용하면서 청약 문턱을 더욱 높였다.

심지어 작년 11월에 서울 용산에서 분양한 투웨니퍼스트99 오피스텔(분양가 5억7200만~19억2900만원)은 청약금으로 3000만원을 내걸면서 초치기 청약까지 실시했다. 하지만 전체 99실 중 22실이 잔여가구로 남았고, 지난 3월 청약금을 300만원으로 낮춰 다시 청약을 실시했다. 이 때는 1328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은 60대1을 넘겼다.

이 단지들이 청약 증거금을 높이는 이유는 부적격 당첨으로 인해 다시 입주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 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계약을 끝내고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해야하는데, 부적격 당첨자가 많으면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인기 단지의 경우 미계약 우려가 높지 않으므로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에서도 나타난다. 일례로 지난 4월 광주광역시에서 분양한 롯데 엘시그니처가 청약금을 1000만원으로 책정했다. 3월 분양한 병점역 우남퍼스트빌 스위트도 청약금 1000만원을 내걸고 분양에 나섰다. 대부분 전용 84㎡ 타입으로 구성된 이 단지는 분양가가 5억2000만원 수준으로, 청약금이 분양가의 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대출규제가 적은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여전히 매수세가 몰리는 경우가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인상 이전과 비교해 인기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파트와 비교해 대출 규제가 적은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면서 “실수요자와 초기 웃돈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모이면서 인기단지의 경우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 오피스텔은 소규모가 많아서 거래가 한 번에 이뤄지지 않으면 시행사가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시행사 입장에서는 미계약 우려가 높아지더라도 차라리 청약금을 높여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을 진행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