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있는 중흥건설 본사. /웹사이트 캡처

최근 공개된 올해 재계 순위에서 중견건설사와 종합부동산개발사(디벨로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인수합병(M&A), 부동산 호황 등의 영향으로 중흥건설과 엠디엠(MDM)은 각각 27계단, 12계단 순위가 올랐고 보성과 신영이 순위권에 새로 들었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2022년도 대기업 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중흥건설, 호반건설, 태영, 대방건설 등 중견건설사와 엠디엠, 신영 등 부동산개발사가 올해 대기업 집단 순위를 올렸거나 순위권에 신규 진입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을 관리·규제하기 위해 매년 5월 1일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순위를 매긴다. 기업집단 현황·대규모 내부 거래·주식 소유 현황 등 공시 의무가 생기고 일감 몰아주기, 상호·순환 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개 많은 76개 기업이 대기업 집단에 들었다.

공정위는 지난 27일 올해 순위를 공개하면서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건설 주력 집단들이 크게 성장했다”면서 “특히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이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47위(자산총액 9조2070억원)에서 올해 20위(20조2920억원)로 27계단 상승, 76개 전체 기업 중 가장 큰 순위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흥건설이 지난 2월 합병한 대우건설의 자산총액이 더해진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자산총액은 중흥건설보다 많은 9조8470억원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늘어난 중흥건설 자산총액(11조850억원)의 89% 비중이다.

중흥건설은 오는 7월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할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크게 오를 걸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중흥건설(40위), 중흥토건(17위), 대우건설(5위)의 시공능력평가액을 단순히 합치면 11조9177억원으로 2위인 현대건설(11조3770억원)을 뛰어넘는다. 다만 두 회사의 합산 시공능력평가액은 이보다는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활용, 광주·전남을 벗어나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을 인수한 호반건설은 지난해 37위(10조6980억원)에서 올해 33위(13조6630억원)로 자산을 30%가량 늘리며 4계단 상승했다. 태영건설이 속한 태영은 44위(9조8000억원)에서 41위(11조2020억원)로 3계단, 대방건설도 66위(5조3260억원)에서 62위(6조1980억원)으로 4계단 올랐다.

보성은 처음으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자산총액 5조4050억원으로 70위다. 주택 브랜드 ‘한양수자인’으로 알려진 건설사 한양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다.

엠디엠(왼쪽)과 신영(오른쪽) 로고. /웹사이트 캡처

지난해부터 부동산개발사들도 순위권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엠디엠은 지난해 69위(5조2560억원)로 처음 진입한 데 이어 올해 57위(6조7110억원)로 12계단 상승했다. 76개 기업 중 중흥건설(27계단), HMM(23계단)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순위 상승폭이다. 아파트 브랜드 ‘신영지웰’로 알려진 신영은 자산총액 5조800억원을 인정받아 75위에 안착, 부동산개발사 중 두 번째 대기업이 됐다.

두 회사는 수도권, 부산, 청주 등에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아파트, 생활숙박시설 등을 새로 또는 다시 짓는 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이 토지와 건물의 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자산총액도 대기업 집단에 들 정도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개발업은 자기자본이나 부채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은 후 이를 분양해 주로 수익을 얻는데, 분양을 통해 소유권을 넘기기 전까진 토지와 건물이 회사의 자산으로 잡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토지 자산 평가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 공시가격의 상승률은 2020년 6.33%에서 지난해와 올해 10%대로 가팔라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개발사들이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기도 하지만, 사업 특수성 때문에 인정되는 자산 비중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순위가 떨어진 중견건설사도 있다. 부영은 지난해 17위(23조3210억원)에서 올해 19위(21조7360억원)로 하락했다. 반도홀딩스(올해 67위), 아이에스지주(72위), 한라(52위)는 자산총액이 소폭 늘었지만 순위는 내려갔다.